"인스타그램에서 여행 영상 몇 개 봤을 뿐인데 피드가 온통 여행 콘텐츠로 바뀌었어요."
"맛집과 놀이공원 영상을 보다 보니 어느새 여기로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짧은 동영상 콘텐츠가 여행 수요를 움직이고 있다. 종전에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가 관광객을 끌어모았다면 최근에는 틱톡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숏폼 영상이 여행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여행의 출발점이 "방송에서 소개된 여행지를 따라가 보고 싶다"는 것에서 플랫폼이 자동으로 띄워주는 '맞춤형 추천 피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방송 대신 SNS 추천 보고 떠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과 영화 촬영지를 따라가는 이른바 '스크린 투어리즘'을 넘어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여행지를 소비하는 '알고리즘 투어'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용자가 특정 여행지 영상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플랫폼은 비슷한 지역의 교통편과 맛집, 숙소, 포토존 콘텐츠를 연이어 노출한다. 반복된 영상 소비가 여행 욕구를 강화하는 구조다.
틱톡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틱톡 내 여행 영상 조회수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410% 증가했다. 이용자의 83%는 "틱톡을 통해 이전에 몰랐던 여행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럽 사용자 중 71%는 관련 설문에서 틱톡 플랫폼에서 본 추천을 바탕으로 휴가를 예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Z세대 여행자의 43%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처음 접하기 전까지 해당 여행지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고 했다. 여행지를 결정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과거에는 여행사와 가이드북, 지인 추천이 여행지 선택의 주요 정보원이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이 맞춤형 피드에 띄운 30초짜리 영상이 여행의 출발점이 된다. 플랫폼은 단순히 영감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예약단계까지 흡수하기 시작했다.
숏폼 보다가 여행 예약까지 한 번에
틱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 여행 예약 서비스 '틱톡 고'(TikTok GO)를 출시했다. 이용자는 영상과 검색, 위치 페이지 안에서 호텔과 투어, 액티비티를 바로 예약할 수 있다. 기존에는 콘텐츠를 본 뒤 온라인여행사(OTA)나 항공사 앱으로 이동해야 했다면 영상 시청과 예약이 하나의 화면에서 이어지는 구조다.
애덤 프레서 틱톡 USDS 조인트벤처 CEO는 "매일 수백만 명이 틱톡에서 어디서 식사하고, 어디에 머물고, 무엇을 할지 탐색한다"며 "틱톡 고'는 이러한 정보 탐색의 순간을 관련 업체와 직접 연결해 줘 크리에이터, 지역 업체, 그리고 지역 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마크 판 더 린덴 부킹닷컴 파트너십 부사장 역시 "여행객은 영상에서 꿈에 그리던 숙소를 발견하고 단 몇 번의 탭만으로 예약까지 완료할 수 있게 됐다"며 "영감을 잊지 못할 경험으로 바꾸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고 했다.
숨겨진 명소 찾는 것도 알고리즘의 선택
다만 알고리즘이 특정 여행지로 수요를 집중시키면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곳'을 찾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인기 콘텐츠에서 소개된 장소에 여행객이 몰려 과잉관광(오버 투어리즘)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지난해 틱톡 설경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이탈리아 산악 마을 로카라소에는 하루 1만 명이 몰리며 당국이 긴급 교통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일본 후지카와구치코 역시 후지산과 로손 편의점을 함께 담는 구도가 SNS 인증 콘텐츠로 확산하면서 세계적 관광지로 떠올랐다. 무단횡단과 쓰레기 증가 문제가 이어지자 지자체는 포토존 가림막 설치와 관광객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강원 영월군이 대표적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이후 SNS에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올해 설 연휴 예상치 못한 관광 특수를 맞았다. 군에 따르면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장릉 방문객은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삼일절 연휴를 앞두고는 영월행 기차표가 전석 매진됐다.
카약과 틱톡이 공동 발간한 '2026년 미래전망'(What the Future WTF) 보고서는 반복적으로 노출된 유명 관광지 대신 새로운 여행지가 빠르게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틱톡 내 숨겨진 명소(#hiddengems) 게시물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여행지를 발견하는 방식도, 그 반작용도 결국 알고리즘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디로 갈지를 결정하는 건 무심코 넘긴 짧은 영상과 이어지는 추천 알고리즘"이라며 "최근 소도시 여행지가 빠르게 뜨는 이유 역시 SNS 내 반복 노출이 실제 관광 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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