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08년 한국시리즈(KS) 5차전. 팀이 0-2로 뒤진 9회말 당시 20살의 어린 타자는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적시타 한 방이면 동점 또는 역전까지 가능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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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김현수가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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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초 1사 2루 때 LG 김현수가 1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그 순간 타구는 투수 앞 땅볼이 됐고 병살타로 연결됐다. 너무 큰 중압감 탓에 그의 KS 성적은 21타수 1안타 타율 0.048에 그쳤다. 이후 그는 ‘KS에 유독 약하다’는 선입견에 시달려야 했다.
17년이 지났다. 2025년 10월 31일 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타석에 있는 37살 베테랑 타자는 헬멧을 벗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 미소 속에 긴 시간 동안 겪었던 영욕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주인공은 2025 KS MVP로 선정된 LG트윈스의 ‘정신적 지주’ 김현수다.
김현수가 KS에 약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2008년 이후 올해까지 네 차례 더 KS 무대를 밟았고 그때마다 제 몫을 해냈다. 두산베어스 시절인 2013년 타율 0.333(27타수 9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이어 2015년에는 타율 0.421(19타수 8안타) 4타점을 올리며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LG로 이적한 뒤 김현수는 2023년과 2025년 두 차례 더 정상에 올랐다. 2023년에는 타율 0.238(21타수 5안타)에 그쳤지만 1홈런 7타점을 몰아쳤다.
특히 2025년 한화와 한국시리즈에서 김현수의 활약은 압권이었다. 17타수 9안타 타율 0.529, 8타점. 26일 1차전에서 올린 첫 타점부터 31일 5차전 류현진을 상대로 한 우전 안타까지, 그의 모든 타석이 빛났다. KS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에게 수여하는 KS MVP도 당연히 김현수의 몫이었다.
특히 지난 30일 열린 4차전 역전 결승타 상황은 17년 전 악몽의 순간과 묘하게 닮았다. 9회초 3-4로 뒤진 2사 2, 3루. 김현수가 아웃되면 그대로 경기가 패배로 끝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17년 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한화 구원 박상원의 148km 직구를 받아쳐 우익수 쪽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김현수는 우승을 확정지은 KS 5차전에서도 4타수 3안타 1볼넷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올해 포스트시즌 활약으로 많은 기록도 남겼다. PS 통산 안타를 105개로 늘려 홍성흔(101개)을 넘어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PS 통산 루타는 149개로 홍성흔과 공동 1위가 됐다. 타점(63개)과 볼넷(51개)은 자신이 보유한 최다 기록을 더 늘리는 등 명실상부 ‘가을야구 사나이’로 우뚝 섰다.
“이제는 큰 경기에서는 한 번의 기회만 잘 살려도 팀이 승리할 기회를 얻는다는 걸 안다”는 김현수의 말에서 세월이 준 지혜와 성장이 느껴진다. 2008년보다는 여유가 생겼다고 했지만, 그 여유는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니었다.
17년 전 9회말 만루에서 병살타를 치고 고개를 떨궜던 김현수는 이제 가을야구의 전설이 되었다. 그의 가을은 이제 더이상 상처가 아닌 찬란한 추억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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