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반도체 인재, 코딩 인재, 인공지능(AI) 인재, 인문학적 융합 인재, 글로벌 인재, 창의적 혁신 인재 등 수많은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산업 확대로 2031년까지 약 30만 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2022년부터 10년간 15만 명의 반도체 혁신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 투자도 이에 발맞춰 이뤄지고 있다. 2025년도 교육부 예산은 104조9000억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 673조3000억원 중 약 16%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막대한 예산이 고등 교육보다는 영유아 및 초·중등 교육에 집중돼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72조3000억원으로 교육부 예산의 69%를 차지하는 데 비해 고등 교육 예산은 15조6000억원으로 15%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다행히도 대학에 진학할 기회는 충분하다. 올해 고3 졸업생 45만 명 중 34만8000명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으며, 대학 입시 전체 모집 인원이 34만9000명에 달해 대부분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대학이 과연 적절한 인재를 제대로 길러낼 수 있는가에 있다.
대학은 단순한 기술 교육 기관이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길러내는 요람이어야 한다. 20세기 초 과학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만들어낸 상대론과 양자역학의 탄생은 특정한 인재를 육성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AI·유전자 기술 혁신 또한 기초 학문인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대학에서 철저히 학습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혁신적인 도약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학은 교양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철학, 역사, 수학, 기초과학을 아우르는 교양 교육은 학생들에게 사고의 깊이를 제공하고 체질을 개선해 고학년이 돼서도 어떤 세부 전공을 선택하든 쉽게 마스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학을 알아야 AI를 이해할 수 있고, 물리학을 알아야 반도체 소자를 설계할 수 있으며, 화학을 알아야 DNA를 조작할 수 있다.
한국이 보유한 가장 큰 자산은 인재다. 하지만 인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미지의 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한국 인재를 선호하는 이유는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과 성실성 때문이다. 그러나 근면성만으로는 AI 시대를 주도할 수 없다. 기초 학문을 통해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대학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