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름을 넘어 남다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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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다름을 넘어 남다름으로

얼마 전 결혼 소식을 전하러 온 후배 직원을 보며 문득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30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남녀가 새로운 삶을 함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단단하고 끈끈한 ‘가족’이 될 수 있다.

기업 간 통합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의 이질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으면 한층 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라이프의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통합을 경험하며, 성공적인 통합의 핵심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다양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국내 회사와 외국계 회사의 만남이던 신한라이프의 탄생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조직문화, 업무 용어, 인사 제도, 의사결정 방식까지 많은 것들이 많이 달랐다.

어려운 과정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비록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언정 경영진이 통합을 주도하기보다 새로운 조직에 대한 기대와 바람으로 가득 찬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One Life, New Life’. 모두 하나가 돼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의지를 담아 만든 통합 슬로건이다. 출신 회사, 학연,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미래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지닌 직원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새로운 회사의 밑그림을 그렸다. 다양한 구성원이 공동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하는 과정을 거치며, 기존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혁신하며 지금의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너와 나를 내세우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하나가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한 회사의 방식으로 일방적인 통합이 이뤄졌다면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다가 결국 성장동력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역사를 돌아봐도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포용한 제국들은 강력한 성장을 이뤘지만, 배타적이고 폐쇄적으로 변한 순간 쇠퇴의 길을 걸었다. 혁신은 서로 다른 다양한 분야가 만나 하나로 융합하고 연결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기술, 다양한 업종, 이질적인 문화 간의 낯선 만남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며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기존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미래 비즈니스 생태계를 진화시키는 핵심 원리도 결국 ‘이종교배’에 있다. 초대 국립생태원장을 지낸 최재천 교수는 한 강연에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는 말을 소개한 적이 있다. 자연은 끊임없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형태로 나아가며, 이를 통해 건강함과 회복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는 다름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남다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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