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K컬처 날개 될 음악저작권 자산화

22조원. 국내 음악저작권이 모두 투자 가능한 증권이 될 경우 기대되는 최대 시장 가치(한국지식재산연구원 추정)다. 연간 음악산업 수출액이 약 2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열 배에 이르는 규모다. 고용 10만 명, 312만 명의 창작 기회, 48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까지 기대되는 거대한 숨은 시장이다.

이 시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열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K컬처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장 300조원, 수출 50조원’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단순한 콘텐츠 생산 확대만으로는 이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산업 외연을 확장할 새로운 성장축이 필요한 시점에 음악저작권의 자산화는 문화 산업의 체력을 키우는 가장 현실적이자 혁신적인 해법이다. 제도 개선을 넘어 K컬처 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와 투자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팝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문화의 중심이지만 K팝 음악저작권 증권(음악증권)은 여전히 제도적 한계로 묶여 있는 거대한 잠재 시장으로 남아 있다. 팬들은 이제 단순한 소비를 넘어 아티스트의 성과를 함께 나누고 싶어 하고, 뮤직카우는 이런 변화 속에서 팬이 음악저작권을 함께 소유하고 거래할 길을 열었다. ‘팬심의 금융화’인 음악증권은 문화와 금융의 융합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장이다. 이 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된다면 K팝 음악증권은 차세대 핵심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시장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주체는 세계 팬덤이기에 가능하다고 기대한다.

올해 한 공식석상에서 세계 시가총액 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고든 리아오는 K팝 저작권 수익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하는 시대가 열리면 서울이 홍콩과 싱가포르에 견주는 디지털 자산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팝의 디지털 자산화가 ‘K팝 수익 모델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그의 발언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K팝 음악증권이 디지털 금융 기술과 만나 세계 팬들이 쉽게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게 된다면 그 수혜는 고스란히 K콘텐츠 산업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글로벌 팬덤과 투자자들의 K팝 저작권 시장 참여를 통해 형성된 해외 자본이 국내 창작 시장으로 유입돼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K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지지하는 새로운 자금 공급 채널인 동시에 그 자체로 새로운 문화 산업의 탄생이기도 한 K팝 저작권의 디지털 자산화. K팝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이제는 그 마음을 자산으로 전환하는 ‘팬심의 금융화’를 통해 더 큰 시장을 창출할 때다. 22조원의 숨은 시장에서 K컬처의 새로운 미래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