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사진=뉴스1).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 이 상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소설가 한강(54)이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스웨덴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여유를 갖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웨덴 공영 SVT 방송의 지난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강은 이 방송과 자택에서 영어로 인터뷰했다.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사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수상 전화를 받을 당시를 언급하며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마친 직후였다. 장난 전화인 줄 알았는데, 결국 진짜인 걸 알았다. 아들과 함께 캐모마일 차를 마시며 수상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자가 언론과의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고사한 것을 묻자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며 “발표 후 며칠이 지나자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고 차분하고 평온한 마음을 되찾았다”고 했다.
이어 한강은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어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강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11일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간담회를 갖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제주도 4·3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등 참혹했던 과거사를 소재로 집필하는 데 대해선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있지만 그럼에도 (비극이) 반복되는 것 같다. 나는 어느 시점에서는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운 분명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강은 인터뷰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이 자신에게 특별한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나는 1년에 소설을 한 편씩 쓰지 못한다.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집필에 7년이 걸렸다”며 “시간을 갖고 계속 글을 쓰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12월에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 소감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한강은 “(한림원으로부터)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 바라건대 지금 쓰는 짧은 소설을 이달이나 내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그 이후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