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잃는 것은 모든 여자를 잃는 일…하루키의 단편 속으로

1 week ago 8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 정도 기미는 싫더라도 느껴지게 마련이다. 상대가 누구인지도 그녀의 말투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왜 다른 남자들과 잠자리를 함께했는지, 아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 이유를 마음먹고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것 하나 설명해주지 않은 채 가후쿠가 사는 세계에서 사라졌다.

그녀와 인아(아내가 결혼했다 여주인공)의 공통점이 있다면 여자로서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것. 하지만 매력적이라고 해서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섞어 쓸 수 없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기에... “내가 아닌 것이 되는 게 좋아요?” “다시 원래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우리는 자신에게 뭔가를 보태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뭔가를 지우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한다. 무엇을 찾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면서 그 무엇을 찾아다닌다는 건 몹시 어려운 작업이다.

당신은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그러기 위해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

내 마음에는 그 애를 위해 따로 떼어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는 뭐랄까, 좀 더 다른 무언가를 찾아보고 싶다는, 좀 더 많은 것들을 접해 보고 싶다는 강한 바람도 있다. 호기심이랄까, 탐구심이랄까, 가능성이랄까. 그것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서 억누르려 해도 채 억눌러지지가 않는다. 화분이 채 감당하지 못하는 강한 식물처럼.

사진 출처. unsplash

사진 출처. unsplash

머리 회전이 빠르고 타고난 유머 감각을 지녔으며 뛰어난 지적 센스를 갖춘 여자들을 높이 평가한다. 화제가 부족하고 자기 의견이라는 게 없는 여자들은 외모가 뛰어날수록 오히려 도카이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어떤 수술로도 지적 스킬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

인생이란 묘하다. 한때는 엄청나게 찬란하고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것이,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버려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혹은 바라보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 놀랄 만큼 빛이 바래 보이는 거다. 내 눈이 대체 뭘 보고 있었나 싶어서 어이가 없어진다. 헤어진 연인에게서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슬픈 일이다. 반면 카사노바는 수많은 이성을 만났지만, 그녀들은 모두 그와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믿는다.

틀림없이 그것은 끝을 고할 것이다. 실은 끊기리라. 늦냐 빠르냐의 차이일 뿐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과 그림. / 사진. ⓒ 손태선

<여자 없는 남자들>과 그림. / 사진. ⓒ 손태선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뱀은 누가 제 목숨을 노릴 때를 대비해서 심장을 따로 감춰둔대. 그러니까 그 뱀을 죽이려면 뱀이 제 은신처를 비웠을 때 그곳에 들어가서 박동하는 심장을 찾아내 두 쪽으로 베어버려야 해. 물론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그리고 때로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모든 여자를 잃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손태선 작가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