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방한한 리아드 메주르 모로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회담하고 양국 협력을 통한 미국 관세충격 해법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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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방한한 리아드 메주르 모로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산업부에 따르면 메주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안 장관에게 한국 기업과의 투자 협력 확대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모로코는 유럽-중동-아프리카를 잇는 교두보로서, 아프리카 국가로는 유일하게 유럽연합(EU)·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등 총 55개국과의 FTA 네트워크를 갖는 대표적인 ‘글로벌 사우스’(제삼세계 개발도상국) 국가로 꼽힌다. 2030년 월드컵 개최지로서 관련 인프라 확충과 함께 자국 산업 발전의 부흥도 꾀하고 있다.
이미 국내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현대로템은 올 2월 모로코 철도청이 발주한 2조 2000억원 규모 현지 철도 전동차 사업을 따냈다. 또 많은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이 모로코에서 생산해 유럽 등지로 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 역시 메주르 장관의 제안에 화답했다. 그는 “한국의 우수한 첨단기술 역량과 모로코의 지역 생산거점 잠재력을 결합한다면 보호무역 확산과 공급망 교란 등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동반성장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메주르 장관에게 지난해 6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논의된 한-모로코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 개시를 제안했다. 또 이에 앞서 구속력 없는 경제협력 논의 창구인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양국 산업통상장관 간 만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10% 플러스 알파(+α)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한국은 한-미 FTA를 체결했음에도 높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탓에 25%의 관세를 부과받아 대미 협상에 착수한 상황이다. 모로코 역시 한-모로코 FTA를 체결 중임에도 10%의 국가별 기본관세는 피해 가지 못했다.
한국으로선 모로코와의 경제협력 강화가 대미 협력 과정에서의 유사 입장국 간 공동 대응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또 현 미·중 갈등 심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신시장 개척이나 대미 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한국 기업의 거점이 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