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대출 받아 주식하는 친구, 말릴까요”...빚투가 흔해진 대학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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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으로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연합뉴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으로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연합뉴스]

대학가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고 있어요. 요즘은 주식이나 가상자산 같은 투자 이야기를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고, 실제로 투자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일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대출’을 활용해 투자에 나서고 있죠.

대학생 A씨(26)는 “학자금 대출의 낮은 금리와 시중금리를 비교해 계산해보니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되어 시작했어요”라고 말했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생활비 대출을 투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제도 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은 학생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등록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을 운영하고 있어요. 등록금 대출은 학교에 바로 납부되기 때문에 용도가 비교적 분명해요.

반면 생활비 대출은 학생 개인 계좌로 입금돼요. 그래서 실제 사용처를 세세하게 제한하거나 사후에 일일이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요.

금리 조건도 영향을 줍니다. 생활비 대출 금리는 연 1.7%로 비교적 낮은 편이에요. 한 학기에 최대 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학기를 거치면 금액도 꽤 커질 수 있어요.

이런 조건은 “잠깐 빌려서 활용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쉬워요.

여기에 투자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미쳐요. 요즘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식이나 가상자산 거래를 쉽게 할 수 있어요. 또 수익을 냈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투자 자체가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낮은 금리로 빌려 투자하면 차익을 낼 수 있으니 안 하면 손해다”라는 논리가 퍼지기도 해요.

이와 관련해 ‘레버리지’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레버리지는 쉽게 말해 내 돈에 빌린 자금을 더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죠. 적은 종잣돈으로도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처럼 보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100만원으로 10% 수익을 내면 10만원이지만, 200만원으로 10%를 내면 20만원이 되죠. 숫자만 보면 “규모를 키우면 더 빨리 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Wh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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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손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커진다는 점이에요. 10% 하락이 오면 손해도 2배로 커지죠. 게다가 손실이 났을 때 끝나는 게 아닙니다. 대출은 투자와 달리 ‘상환’이 따라붙어요. 투자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면 계좌 잔액이 줄어들 뿐이지만, 빌린 돈은 원금과 이자를 정해진 기간 안에 갚아야 해요. 실제 사례도 있어요.

대학교 커뮤니티 ‘에타’에서 만난 대학생 B씨는 “저축한 돈으로 투자하다가 손실을 본 뒤 그 돈을 만회하려고 학자금 대출을 받았어요”라고 말했어요. 이어 “신용대출까지 더해 비트코인에 투자했지만, 결국 3000만원 가까이 잃었고 학자금 대출 원금도 그대로 사라졌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정부의 경제 정책과 맞물려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경제 뉴스나 투자 콘텐츠를 살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죠. 이전에는 투자에 무관심했던 이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출을 받아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이른바 ‘빚투’ 추세도 확산되고 있어요.

실제 금융권의 자금 흐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뚜렷해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투자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문의하는 젊은 고객이 많아졌다”며 “안전한 예금에 묶여 있던 돈이 위험성이 있는 투자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최근 33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증시에 참여하려는 배경에는 FOMO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용어는 ‘흐름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해요. 투자 시장에서는 남들이 얻는 수익 기회를 나만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는 상태를 일컫기도 하죠.

예를 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특정 종목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인증 글을 반복해서 접하면, 냉정한 판단 없이 일단 사고 싶다는 조급함이 들 수 있어요. 이때 중요한 기준이 객관적 정보가 아닌 사회적 분위기가 된다면 전형적인 FOMO 심리에 해당해요.

이러한 쏠림 현상은 주식 시장을 넘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소비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요. 최근 SNS를 통해 수요가 폭발했던 ‘두바이 초콜릿’이나 ‘버터떡’ 같은 디저트 유행이 대표적이에요.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으로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임. 연합뉴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으로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임. 연합뉴스.

특정 상품이 화제가 되면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유행에서 소외되기 싫어 구매 대열에 합류하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대학생 황 모씨는 “나만 안 먹어본 것 같아 유행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고, 강 모씨 역시 “지금 아니면 유행이 지나갈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투자 과열이나 품절 대란의 이면에는 사회적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구조적인 동조 심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박승준 교수는 이런 행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군집행동으로 설명합니다. 개인은 정보가 불완전한 상황에서 타인의 선택을 하나의 정보 신호로 받아들이고, 뒤처지지 않으려는 심리가 더해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강화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군집행동이 반복되면 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자원 배분의 왜곡과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학자금 대출의 목적이에요. 이 제도는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빚은 언젠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약속이고, 레버리지는 그 약속의 무게를 더 키울 수 있는 선택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요.

결국 중요한 것은 왜 이 선택을 하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태도입니다. 유행을 즐기는 것과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다르며, 자신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덕식 기자. 윤성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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