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지연·혈연 소용없다…사는 곳이 곧 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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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시니어는 은퇴 후 귀촌하기보다 현재 거주지에 머무르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편의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은퇴 후 경제생활을 꾸려나가는 데도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학연·지연·혈연 소용없다…사는 곳이 곧 신분"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60세대 3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한 결과 서울 강남과 용산 등에 거주하는 고소득층은 “은퇴 후 주거지를 바꾸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조성욱 씨(가명·58)는 “서울 서초동 집에 계속 살 계획”이라며 “은퇴 후 다른 기업 사외이사로 일하는 등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 사는 곳에 사는 게 편리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기업 임원으로 재취업한 임태수 씨(가명·58)도 강남구 대치동 자택에 계속 살고 있다. 그는 “가능하면 계속 이곳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

파워 시니어가 은퇴 후에도 주거지를 옮기지 않으려는 것은 경제생활을 이어가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강남에 거주하는 이기철 씨(가명·60)는 “최근 변호사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며 “새 사무실도 교대역 근처에 얻어 이사 갈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남 등 일부 지역 집값이 크게 뛰어 사는 곳이 계급을 상징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강남에 사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정상우 씨(가명·61)는 “한국 사회에서 사는 곳은 신분이자 계급”이라며 “퇴직 후엔 혈연, 지연, 학연 어떤 것도 사는 곳만큼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귀촌한 시니어도 있었는데, 대체로 자신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혜숙 씨(가명·68)는 “강원도 시골의 좋은 공기 덕에 훨씬 잠을 잘 잔다“며 “귀촌해 집을 직접 짓고 사는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귀촌을 하더라도 집은 그대로 두고 지방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거나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삶을 사는 시니어가 많았다. 백근택 씨(가명·70)는 “얼마 전 주말 밤에 갑자기 응급실 갈 일이 있었는데 시골엔 문 여는 곳이 없어 월요일까지 기다려 서울로 가야 했다”며 “이런 것이 서울 주거지를 완전히 정리하기 어려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충북에 타운하우스를 구입한 이미정 씨(가명·64)도 “앞뒤로 산이 있고, 개천과 공원도 집 앞에 자리해 만족한다”면서도 “1주일 중 절반은 경기도 일산의 딸 집에 가서 손자를 봐준다”고 했다.

남정민/강진규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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