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사라진 학교의 ‘재발견’…사교육 줄이는 ‘공유 학교’로 변신[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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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오리초등학교에서 진행되는 '뮤지컬 스타' 수업을 포함한 경기공유학교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공교육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들을 포함하여,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흥미를 느끼고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경기도 전체에서 공유학교를 통해 운영된 프로그램은 총 3241개에 달하며, 6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어 지역 교육 혁신의 중요한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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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오리초등학교에서 경기늘봄공유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뮤지컬을 배우고 있다. 교육부 제공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오리초등학교에서 경기늘봄공유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뮤지컬을 배우고 있다. 교육부 제공

“아아아아아아아” “자 조금 더 크게 해볼까요?”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오리초등학교 5층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음계를 따라 열심히 스케일을 부르며 목을 가다듬고 있었다. 성남늘봄공유학교의 일환으로 ‘뮤지컬 스타’라는 이름이 붙은 수업이었다. 옆 교실에서는 프라모델을 만드는 수업이 한창이었고, 학교 건물 한켠을 개조한 간이 골프장에서는 고사리손의 아이들이 나름대로 진지하게 퍼팅을 시도하고 있었다.

다만 이 곳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전부 오리초등학교 재학생은 아니었다. 불정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서은 양은 “처음에는 다른 학교 친구들이 낯설었는데 친해져서 자신감이 생겼다. 원래 음치였는데 뮤지컬 수업을 듣다보니 엄마 아빠가 이제 음치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며 웃었다. 이어 김 양은 “부모님 원래 일하셔서 5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좀 더 재밌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오리초등학교 교장은 “한 때 26학급까지 있던 큰 학교였지만 현재는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들이 광교, 판교나 서울로 떠나면서 학년별로 1학급씩밖에 없다”며 “어쩔 수없이 유휴 공간이 많이 생겼는데 빈 교실을 새롭게 꾸며 공유학교, 늘봄학교에 쓸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학생수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들이 ‘사교육 못잖은 공교육’ 현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도입한 경기공유학교가 대표 사례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학생 맞춤교육과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시도다. 기존 공교육 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이 경험하기 어려웠던 내용까지도 다룰 수 있고, 기존의 학교 시설을 이용하기도 해 만족도가 높다.

경기도 내에 있는 공유학교는 모두 31곳에 달한다. 성남에서 운영하는 성남공유학교는 KT, 한국잡월드, 코이카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시문화재단 등이 힘을 모아 지난해에만 99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2000여명이 넘는 학생들도 참가했다. 경기도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한 해 총 3241개 프로그램을 운영해 31개 시·군에서 학생 6만778명이 혜택을 봤다. 김인숙 경기도교육청 지역교육담당관은 “지역에 따라 선호 프로그램은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인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에서 무대 제작 수업을 들으며 직접 무대용 조명을 조정해보고 있다. 교육부 제공

학생들이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에서 무대 제작 수업을 들으며 직접 무대용 조명을 조정해보고 있다. 교육부 제공

실제로 학원 등지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내용들도 만나볼 수 있다. 같은 날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 4층 미디어실에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무대연출가가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진학 예정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대 제작 진로체험 교육’을 가르치고 있었다. 무대용 조명을 조정해보는 아이들은 평소 수업 이상으로 집중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판교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 날 수업을 들은 김정엽 군은 “1회차에 간단하게 이론 수업 2회차 프로그램 수업, 3회차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그램 다뤄보고 있다”며 “무대 연출이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었는데 직접 해보니 직업으로 삼아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듣는 수업만 해도 16시간. 이렇게 각 과목에 맞춰 긴 호흡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안정적인 장소가 갖춰져서이기도 하다. 수업이 열린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는 옛 영성여자중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어졌다. 원래 학교가 통폐합되어 사라진 뒤 임태희 교육감 체제 아래 2023년 11월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로 재탄생한 것이다. ‘2024 성남 청소년 뮤지컬 공유학교’의 경우 지난 4월 오디션을 통해 17명의 청소년을 선발했고, 이들이 약 8개월간 총 35회 수업을 들은 뒤 창작뮤지컬 ‘허들링’을 선보여 찬사를 받기도 했다.

김진수 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은 “경기공유학교는 학생들의 교육 수요를 충실히 반영하면서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은 줄지 않고, 학교에는 그 부담을 주지 않는 ‘학교 밖 교육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며 “다른 지역으로도 공유되고 확산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날 현장에 함께 한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 또한 “사교육을 메꿔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도 잘 고민해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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