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초등 입학생 수 10만명대 추락
적정규모 학교·공유학교 통한 폐교 활동 눈길
“입학 부탁드립니다.”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회사원 A씨는 최근 자녀가 배정될 초등학교 측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현재 주소지 기준으로 A씨 아이가 배정돼야 하는 초교 측에서 직접 유선으로 연락해 학급 구성의 어려움을 이유로 자녀의 공립 학교 입학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씨는 평소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낼 계획이었지만, 해당 학교 측에서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자 취학 계획을 수정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A씨는 “현재 살고 있는 동네가 시내권에서 아파트단지도 많고 주변에 공립학교도 잘 갖춰져 있어 초등학교 입학생 부족과는 거리가 먼 줄 알았다”며 “그런데 이 정도 입지가 되는 곳도 학생 수 모집에 어렵다는 말을 듣고 저출산 문제가 피부로 와 닿았다”고 말했다.
학교로서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 기존의 교사가 다른 학교로 가야하는 등 교원수급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내권 초교마저 학생 부족 현상 심화
이처럼 경기도내 초등학교들이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차질을 겪으면서 학급 꾸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는 폐교나 학급 감소로 인한 교원 정원 감축이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4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동은 ‘황금개띠의 해’에 태어난 2018년생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도내 학교별로 예비소집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각 초교마다 예비소집과 취합을 마치는 대로 정확한 학생 수 규모를 파악한 뒤 그에 따른 학급 편성과 교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그런데 올해 취학연령인 2018년 출산 아동 수를 살펴보면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2018년 국내에서 출산한 신생아 수는 32만6822명으로, 2017년생 35만7771명보다 3만949명(8.7%) 감소했다. 이는 도내 역시 마찬가지다. 2018년 도내 출생아 수는 8만8175명으로, 2017년 9만4088명보다 5913명(5.7%) 줄었다.
도내 초등 입학생도 감소 추세를 보인다. 10년 전인 2014년까지 13만명대를 유지하던 초등 입학생 수는 이듬해인 2015년부터 12만명대로 떨어졌다.이후 2022년까지 이를 유지하다가 2023년 11만8423명까지 감소했다. 지난해는 10만4409명으로 추락하며 불과 2년 만에 총 2만1959명이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주요 시내에 위치한 학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중등 정보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수원 영통구 매탄동에 소재한 B초교는 작년에 1학년(5월 공시기준) 학생 수가 19명으로, 1학급을 편성했다. 이러한 사정은 인근 C초교도 비슷하다. 학생 수가 26명으로 1학급을 운영했다.
이 학교들은 인근에 대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직선거리로 반경 1㎞ 이내에 분당선 수원시청역, 매탄권선역이 운행되고, 서울 방면 광역버스 및 광역급행버스(M버스)가 운행되는 등 교통접근성이 우수한 곳으로 꼽힌다.
또 시청과 구청 등 공공기관과 인계동 상업밀집지역을 비롯해 경기아트센터(옛 경기도문화의전당), 수원야외음악당, 효원공원 등 문화예술시설과 공원녹지가 주거지와 가까이 조성돼 있어 정주여건도 시 외곽이나 원도심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편에 속한다.
B초교는 2022년 전교생 256명에 13학급을 운영했지만, 2024년에는 194명에 11학급으로 줄었다. 2년 만에 학생 수 62명(24.2%)과 2학급이 각각 감소됐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용인은 올해 1차 초등 학급 편성을 마친 결과, 전체 학생 수가 2024년 6만2222명에서 올해 5만8385명으로 3837명(6.2%)이 줄었다. 이로 인해 학급 수도 2738학급에서 2604학급으로 134학급(4.9%)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도 올해 6만5582명으로, 지난해 68707명보다 3125명이 감소했다. 주소지 이전 등 사유에 따라 3월 신학기 개학 전까지 조금씩 전체 학생 수에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일단 편성 예정 학급 수는 2813학급으로 작년 2872학급보다 59학급(2.1%)이 줄어든 상태다.
안산은 전체 초등생 수가 2024년 2만9236명에서 올해 2만7141명으로 2095명(7.2%)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학급 수 역시 1389개 반에서 1330개 반으로 59학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원도심이 아니더라도 아파트 개발을 한 지 십수년 이상 지난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이 즐어드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학교 차원의 대응도 필요하지만, 우리 교육청만의 중장기적 운영계획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적정규모학교·경기공유학교, ‘학령 인구’ 감소 해법 떠오르나
도교육청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적정규모학교와 경기공유학교를 적극 활용해 지역사회로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경기형 적정규모학교 최적화 모형을 도입해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성남 분당신도시에서 위치한 청솔중학교는 도교육청의 적정규모학교 육성에 따라 1기 신도시에서 학생 부족으로 첫 폐교가 확정된 사례다. 올해 3월부터 문을 닫는 청솔중은 2022년 82명, 2023명 59명, 2024년 43명으로 매년 학생 수가 감소한 끝에 학부모 설문조사를 거쳐 폐교를 결정했다.
도교육청은 이달부터 교육지원청 권역별 상담을 실시해 지역별 학령인구 변화, 도시 개발, 통학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육지원청이 지역 특성에 맞는 적정규모학교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폐교가 하나둘씩 나오자 도교육청이 학생 교육력 강화를 위해 자구책으로 도입한 공유학교도 주목해볼 만하다.
이는 이른바 ‘학교 밖 학습플랫폼’으로, 기존 공교육 수업과정에서 교실 내에서 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을 발굴해 제공한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학생 맞춤교육과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한다.
이를 통해 사교육에서 비용을 치르고 배워야 하는 체험형 수업을 진행 중이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주근접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일석이조인 셈이다.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는 이를 모범적으로 이끌어낸 우수사례 중 하나다. 이곳은 당초 옛 영성여자중학교로 운영됐지만, 도심 공동화로 인해 점차 학생 수가 감소한 데 따라 영성여중, 창곡중, 창곡여중 등 인근 3개교가 ‘창성중’으로 통·폐합됐다.
이로 인해 영성여중이 쓰던 건물이 빈 교사로 남게 되자 이를 리모델링해 2020년 ‘성남몽실학교’로 개관한 데 이어 2023년 11월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로 바꿔 학생들에게 진로체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시설을 활용한 경기공유학교 도입을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총 3241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도내 31개 시·군에서 학생 6만778명이 이용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금 지역별로 25개 시군교육청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단기 및 중장기로 추진할 적정규모학교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최대한 공유학교와 같은 교육시설이나 지역 주민들과 같이 쓸 수 있는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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