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문제는 학교 교육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 있어 통합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문제에 압도되거나 무기력해지지 않으려면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3대 난제는 모두 ‘관계의 문제’에 해당되므로,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교사, 학생, 학부모 간 관계에서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때 난제를 풀어 나갈 출발점 역할은 교사가 맡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귀한 존재 중 하나가 바로 ‘이만하면 괜찮은 선생님’이다.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의 ‘이만하면 괜찮은 엄마(the good enough mother)’라는 용어에서 빌려온 표현이다.
이만하면 괜찮은 선생님의 핵심 역할은 학생들에게 행복한 삶에 꼭 필요한 8가지 ‘최상위 긍정감정’을 선물하는 것이다. 최상위 긍정감정은 하버드대 졸업생들의 삶을 평생 추적 조사한 ‘그랜트 스터디’의 연구책임자 조지 베일런트가 제안한 개념이다. 기쁨, 희망, 사랑, 믿음, 연민, 감사, 용서 그리고 경외감을 뜻한다. 이는 우리가 관계 속에서 겪는 가장 좋은 경험들인 동시에 상처받은 관계를 치유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이만하면 괜찮은 선생님의 역할은 첫째, 학생에게 ‘인생의 어른’과 함께하는 기쁨을 선물하는 것이다. 둘째,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보살핌을 베풂으로써 희망을 선물하는 것이다. 셋째, 약점조차 끌어안는 사랑을 선물하는 것이다. 넷째, 학생의 부족함을 지적하기보다는 눈물을 닦아줌으로써 연민을 선물하는 것이다. 다섯째, 조건적인 존중이 아니라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존중을 통해 믿음을 선물하는 것이다. 여섯째, 학생의 잘못된 행동과 그 행동을 한 학생을 분리해서 바라봄으로써 용서를 선물하는 것이다. 일곱째, 학생이 자신을 교사로서 존중할 때 그것을 당연시하지 않고 감사의 마음을 선물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의 삶에서 자신과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좋은 관계가 주는 변화의 힘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경외감을 선물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학생이 학교에서 받은 가장 좋은 선물이 바로 ‘이만하면 괜찮은 선생님과의 만남’이라고 여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학교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미래가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이만하면 괜찮은 선생님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줘야 한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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