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굿즈를 구하기 위해 오픈런까지 마다하지 않는 요즘, 경복궁 국가유산 문화상품관 조성은 시의적절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국가유산 문화상품을 많이 팔아 매출을 증대하는 것’이 목표의 전부여선 곤란하다. 문화상품관이 매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려면 몇 가지 유념할 대목이 있다.
우선, 이곳은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공간 그 이상이어야 한다. 기념품과 같은 문화상품 자체에 그치지 말고 상품을 통해 국가유산과 전통에 담겨 있는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문화유산에 담긴 의미와 가치, 공예품을 만들어낸 장인의 땀과 고뇌, 곳곳에서 전승되고 있는 다채로운 전통과 같은 것이다. 전국 각지의 전통 장인, 무형문화유산 보유자, 지역 공예인들과 연계해 그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지역 특화 문화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문화상품이라는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경험하면 더 좋을 것이다. 이렇게 체험, 전시, 판매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국가유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경험도 제공돼야 한다. 최근 반가사유상 굿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반가사유상을 미니어처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주효한 것이지만, 이는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사유의 방’이란 공간이 조성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유의 방은 많은 사람에게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미학과 매력에 푹 빠져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국가유산 문화상품관은 전통과 문화유산의 해석과 디자인에 있어 일종의 메카가 돼야 한다. 전문가들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전통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수시로 진행되는 공간,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이면 꼭 찾아와야 할 공간, 창의력과 상상력이 넘쳐나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진입 공간의 설계도 중요하다. 경복궁 주차장은 다소 칙칙한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진입 통로는 더욱 산뜻해야 한다. 지하철 출입구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경쾌한 동선으로 디자인했으면 좋겠다. 이 대목에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가 생각난다.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멋진 통로. 물론 경복궁 주차장 환경이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와는 다르겠지만, 그것에 담겨 있는 맥락과 창의성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경복궁 국가유산 문화상품관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롭고 또 새로운 문화상품 판매 공간이어야 한다. 그동안 흔히 보아 온 것과 비슷하면 안 된다. 단순히 “판매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나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곤란하다. 그 이상의 공간, 창의적 상상력이 샘솟는 공간이어야 한다.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까닭이다.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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