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이제 공부 열심히 해서 하이닉스 가잣!!!" 대학 수험생들을 상대로 하는 한 강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전자과, 반도체가 이제 미래"라며 이 같은 게시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 공장 앞에 슈퍼카들이 빼곡히 줄지어 서 있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올렸다.
SK하이닉스 성과급, '돈 잔치'서 '보상 투명화'로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이면서 온라인상에서도 각종 밈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 생산직 공개채용 접수가 시작되자 대학 졸업 사실을 숨긴 채 지원하고 싶다는 고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채용 지원자의 최종학력을 고등학교·전문대학 졸업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증권은 앞서 SK하이닉스가 내년에 1인당 평균 성과급만 12억9000만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이 같은 화제성에 기름을 부었다. 업계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올해 영업이익 250조원을 달성할 경우 1인당 평균 초과이익분배금(PS)이 약 7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올해 확정·지급된 PS 지급률은 기본급(연봉 20분의 1)의 2964%다. 연봉이 1억원일 경우 약 1억5000만원이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성과급 역사는 단순한 '돈 잔치'로 설명되지 않는다. 2012년 'SK하이닉스' 간판을 단 이후 회사 성과급이 주목받은 때는 2015년이다. 전년 매출 17조1260억원, 영업이익 5조1090억원을 올리면서 임직원에게 그해 1월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당시엔 PS 한도가 40%였지만 최대 실적을 쓴 만큼 한 차례 50%로 결정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성과급이 집중 조명을 받은 시기는 2019년이다. 2018년 메모리 초호황을 맞아 월 기본급 1700% 규모 성과급을 책정해서다. 하지만 당시 노조가 2017년 1600%보다 100%포인트 오른 데 그쳤다면서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태원 상소문' 이후 성과급 산정 기준 대폭 '손질'
SK하이닉스 성과급의 판이 뒤바뀐 건 2021년 이른바 '최태원 상소문' 또는 'MZ 상소문' 논란 때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SK하이닉스 성과급은 금액 논쟁을 넘어 '투명성' 문제로 확장됐다.
이 사태는 2020년분 PS를 400%, 연봉의 20% 수준으로 공지한 데서 시작됐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연봉의 47%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선 이에 '액수'보다 '산정 기준'에 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때 입사 4년 차 직원이 이석희 당시 회사 사장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항의 이메일을 보내 파장이 일었다. 그는 사내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을 올리면서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사보다 성과급이 적더라도 지급 기준이 되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산출 방식을 공개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 골자였다.
이 과정에서 회사 인사팀이 '확인되지 않은 사항 유포는 사규 위반'이라고 대응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직원들 반발만 키웠던 것. 결국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전년도 연봉을 직원들을 위해 내놓겠다고 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성과급 산정 방식 공개가 핵심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964% 성과급'은 이 시기에 일어난 변화를 발판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일을 계기로 성과급 체계를 영업이익과 연동했다. 영업이익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노사 합의가 이때 이뤄졌다. 이후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성과급'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지난해엔 영업이익 10%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자는 노사 합의가 있었다.
최근 '공고'를 졸업했다고 밝힌 한 직원은 블라인드를 통해 "하이닉스 생산직인데 인생이 달다"고 털어놨다.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1위에 SK하이닉스가 오른 이유도 이 같은 '후기'와 무관하지 않다. 사람인이 성인 2304명을 조사한 결과 20%가 SK하이닉스를 지목했다. 같은 조사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18.9%)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 성과급 보상 넘어 '인재 확보' 장치로
SK하이닉스 현행 보상체계는 단순히 '많이 준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산식이 비교적 투명하고 상한을 없앤 데다 일부를 이연 지급한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SK하이닉스 성과급은 '인재 확보'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글로벌융합연구학회지'를 통해 공개된 논문을 보면 유통기업 근로자 387명을 조사한 결과 성과급 분배·절차 공정성이 확보될 경우 조직 몰입도가 높아져 이직 의도를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성과급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과반 노조가 탄생하면서 회사를 상대로 한 으름장만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에 적용하면 45조원 규모의 재원이 확보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지난 1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말부터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한 제도화를 요구했는데 회사는 이에 대해 계속 일회성으로 답변했다"며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회사가 선제적으로 안건을 갖고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30조원 규모의 손실이 회사 측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수원지법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거할 수 없게끔 대응에 나섰다.
한 인사노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계산식'을 먼저 정리해 갈등 비용을 줄였다면 삼성전자는 아직 그 계산식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라며 "성과급을 많이 주는 회사보다 성과급을 납득 가능하게 설명하는 회사가 노사관계의 주도권을 잡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10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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