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윗 교수 “한국, ‘중진국의 함정’ 피하려면 창조적 혁신금융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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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이 열리고 있다. 피터 하윗 2025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이 열리고 있다. 피터 하윗 2025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 대만,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금융으로 ‘중진국의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금융은 창조적 파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80)는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창조적 파괴의 시대, 혁신 금융의 길’을 주제로 열린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맡아 “경제가 성장하려면 건강한 금융이 필수적”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하윗 교수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이 산업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혁신 기술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혁신 금융의 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과거 중진국으로서 선진국의 성공 공식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고속 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스타트업 키워 대기업 혁신을 자극하라”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이 열렸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창조적 파괴의 시대, 혁신금융의 길’을 주제로 진행됐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이 열렸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창조적 파괴의 시대, 혁신금융의 길’을 주제로 진행됐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하윗 교수는 기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하려면 스타트업을 키워 혁신의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존 주자(대기업)들이 계속 혁신하도록 독려하려면 스타트업이 자극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신생 업체는 금융의 도움을 받아야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윗 교수는 일례로 미래 화폐로 떠오르는 스테이블 코인 개발 스타트업을 들었다. 모험 자본을 수혈한 스테이블 코인 신생 기업들이 영향력을 키워 기존 은행들에 위기 의식을 주고 ‘혁신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정책 금융, 대기업의 지분 투자는 자금력이 풍부한 만큼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윗 교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과거의 성공이 혁신을 방해하지 않도록 AI 등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정책 금융은 스타트업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기업의 경쟁을 장려할 수 있다”고 봤다.실패를 인내하는 태도도 강조됐다. 하윗 교수는 “예금 등 수신을 기반으로 한 대형 은행이 기업에 돈을 대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며 “스타트업이 성공할 때까지 오랫동안 묻어둘 수 있는 금융이 지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 주도로 혁신 기업에 대출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의 성공을 위해서는 금융사들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하윗 교수는 “각계 전문가의 전문성과 금융 전문성이 결합한 것이 벤처캐피털(VC) 생태계”라면서 “(혁신 금융을 위해) 기술이 좋은지 나쁜지 구별할 수 있는 VC 시스템과 식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시대, 수익성보다 흥미와 호기심을 좇아라”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이 열렸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창조적 파괴의 시대, 혁신금융의 길’을 주제로 진행됐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2026 동아국제금융포럼’이 열렸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창조적 파괴의 시대, 혁신금융의 길’을 주제로 진행됐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혁신 성장의 필수 요소로 정부-기업-대학의 협력이 꼽혔다. 그는 “규제가 없는 시장을 지향하는 미국조차도 컴퓨터 산업 등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며 깊이 개입했다”면서 “복잡한 기술 발전에 맞게 정부가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학계는 재계로 넘어가 연구하고 다시 학계로 돌아오는 등 피드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하윗 교수는 기조 강연 후 이어진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의 대담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색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고품질 인적자원에 집중해 경제 성장 해법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인구 감소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자는 것이다. 하윗 교수는 “미국이 혁신을 이룬 비결은 특허를 만드는 이민자를 자석처럼 빨아들인 덕분”이라면서 “이민에 우호적이지 않은 (현재의) 미국 환경이 다른 국가에서는 기회인 만큼, 전 세계 인재를 한국에 유치할 수 있도록 기관, 학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AI로 채용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미래 세대가 수익성이 아니라 흥미와 호기심을 좇아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제 AI를 평생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고 직장은 하나 이상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노고를 견디면서도 할만한 일, 진짜 좋아하는 일, 온몸을 바칠만한 일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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