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갤러리 허지은·차연서 2인전
이주와 상실·믿음과 애도 주제로
모르몬교 신앙을 따라 미국 하와이로 이주한 가족의 역사를 탐구한 디아스포라 작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흔적을 정리하며 애도를 예술로 치환한 작가.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가 서로 다른 서사와 재료를 교차시키는 2인전 ‘sent in spun found’를 선보인다. 전시는 한국계 미국 작가 허지은과 한국 작가 차연서의 신작을 통해 보내고(sent), 회전하고(spun), 발견하는(found) 과정을 탐색한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허지은은 하와이에서 성장한 개인사를 바탕으로 신앙, 이주, 기억의 층위를 다룬다. 전시장 외부의 윈도우 갤러리에서는 하와이 라이에 지역에서 촬영한 영상작품 ‘라이에로 가는 길’이 상영된다. 이를 통해 ‘부모 세대가 신앙을 좇아 바다를 건너며 무엇을 믿고 떠났는가‘는 질문을 던진다.
‘움직이는 인슐라’는 매일 위치가 달라지는 바퀴 달린 테이블에 작가가 창을 내고 드로잉을 삽입한 작품이다. 하와이 라이에는 모르몬교가 19세기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했던 곳으로, 작가는 과거 사탕수수 농장의 아카이브 이미지를 드로잉으로 옮겼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섬을 뜻하는 라틴어 ‘인슐라(insula)’에서 비롯된 단어 고립(isolation)과 단열(insulation), 인슐린(insulin) 등을 탐구했다. 그는 “사람들이 무엇을 왜 믿게 되는가를 많이 생각하면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차연서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닥종이를 물려받으며 애도의 과정을 예술로 전환했다. 그는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였던 고(故) 차동하 작가의 딸이다.
그의 대표작 ‘축제’ 연작은 작가가 아버지의 채색 닥종이를 오려 붙인 콜라주 작품이다.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을 상징한다. 작가는 “아버지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은 처음엔 분노와 혼란이었지만, 어느 순간 나를 돌보는 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축제’ 연작은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애도하는 일종의 위령제다. 작가는 고양이의 천적인 뱀이 자기의 꼬리를 물며 회전하는 형상으로 다채롭게 그려냈다. 그는 김언희 시인의 시 ‘저 고양이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시 제목 ‘sent in spun found’는 세 개의 과거형 동사에서 비롯됐다. 장혜정 두산갤러리 수석 큐레이터는 “세 단어 모두 과거 시제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순환과 반복의 운동이 내재한다”며 “두 작가의 작업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두산갤러리가 올해 새롭게 시도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장 수석 큐레이터는 “젊은 창작자 지원이라는 본래의 임무를 유지하면서도, 이번에는 한국 국적에서 한국계 작가로 지원 대상을 넓혔다”며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해외에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작가를 한자리에서 연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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