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외신에서 독립출판사들의 필요성을 조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독립출판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보도했다. 대형 출판사가 시장성을 이유로 외면하는 외국 작가의 주요 작품을 독립출판사가 발굴해 각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했다는 것이다.
한강은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학생들이 발간한 정기간행물에 뿌리를 둔 독립출판사 그란타 산하 포르토벨로가 채식주의자를 출판한 이듬해 벌어진 일이다. 이 출판사가 영미권 독자들과 평론가의 이목을 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란타 출판사의 목표는 세계 일류 작가들의 작품을 1년에 6편씩 소개하는 일이다. 이곳은 노벨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칠레의 모든 기록'과 살만 루슈디의 '하룬과 이야기 바다'가 영미권 독자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채식주의자의 번역을 맡은 인물은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데버라 스미스다. 그는 부커상 상금 중 자신의 몫인 5만 파운드(약 8800만원)로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라는 독립출판사를 설립했다. 현대 동아시아 작가들의 작품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이 출판사는 이후 '소년이 온다'와 '흰' 등 한강의 소설 2편을 추가로 번역, 포르토벨로 출판사를 통해 영미권 독자들에게 내놨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은 대형 출판사인 펭귄 랜덤하우스 산하 헤이미시 해밀턴을 통해 출판됐다. 다만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던 스미스는 여전히 희랍어 시간의 영문판 출판 과정에 공동 번역자로 참여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