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4시간 겨우 자” 잠 못드는 한국인 4년새 24%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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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면장애 환자 134만여명
학업부담-숏폼 중독된 청소년 급증
韓, OECD 평균보다 84분 덜 자… 스트레스-긴 야근도 수면 질 낮춰
심각한 건강문제로 이어질 가능성

직장인 이모 씨(28)는 최근 서너 달 동안 하루 평균 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한 시간씩 뒤척이다 겨우 잠들어도 밤중에 몇 번씩 깨기 일쑤다. 피로가 누적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이 씨는 “이직 후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밤마다 출근을 걱정한다”며 “매일 밤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멜라토닌을 먹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이 씨처럼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겪는 국민이 최근 4년 새 2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들에 비해 긴 노동 시간과 새벽 배송 등 야간 경제활동인구 증가,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등 나쁜 생활 습관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수면장애는 최소 3개월 동안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만성 불면증이나 수면 무호흡증 등을 포함한다.

● 10대 이하 증가폭 커 “디지털 기기 영향”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134만6196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08만8038명에 비해 4년 새 약 24% 증가한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32만1219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25만7424명, 70대 24만4138명 순이었다.

눈에 띄는 건 아동·청소년 환자의 증가다. 지난해 10세 미만 환자는 3726명으로 4년 전보다 67.5%나 늘었다. 10대 환자(1만1633명)도 같은 기간 32.6% 늘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학업 부담과 ‘숏폼(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중독’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김지현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고자극 영상에 빠져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밤늦게 숙제하느라 수면 리듬이 깨진 아동·청소년이 늘고 있다”며 “어릴 때 발생한 수면장애는 우울증 위험을 높이고 성인기의 문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잠을 적게 잔다. 지난해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 한국인 수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58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시간 22분보다 1시간 24분 적은 수준이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심리적 스트레스(62.5%) 비율이 가장 높았고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소음(19.4%) 등 순이었다. ● “밤낮 바뀐 노동 패턴, 수면의 질 저하”

새벽 배송과 24시간 운영 상점 등 밤낮이 바뀐 노동·소비 패턴도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일하는 야간근로자는 약 216만5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4.2%에 달했다.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새벽 배송과 24시간 플랫폼 노동 확대로 야간 및 교대 근무가 늘었다”며 “생체시계가 흔들리면 수면의 양과 질이 모두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수면장애는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신홍범 대한수면의학회 부회장은 “수면 부족은 우울·불안 증상을 악화시키고 치매와 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발병 가능성도 높인다”며 “검사와 치료 문턱을 낮추는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등 생활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종우 숨 수면클리닉 원장은 “스마트폰의 밝은 화면과 자극적인 콘텐츠가 뇌를 각성 상태로 붙잡아 둬 수면을 방해한다”며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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