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면장애 환자 134만여명
학업부담-숏폼 중독된 청소년 급증
韓, OECD 평균보다 84분 덜 자… 스트레스-긴 야근도 수면 질 낮춰
심각한 건강문제로 이어질 가능성
직장인 이모 씨(28)는 최근 서너 달 동안 하루 평균 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한 시간씩 뒤척이다 겨우 잠들어도 밤중에 몇 번씩 깨기 일쑤다. 피로가 누적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이 씨는 “이직 후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밤마다 출근을 걱정한다”며 “매일 밤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멜라토닌을 먹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이 씨처럼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겪는 국민이 최근 4년 새 2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들에 비해 긴 노동 시간과 새벽 배송 등 야간 경제활동인구 증가,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등 나쁜 생활 습관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수면장애는 최소 3개월 동안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만성 불면증이나 수면 무호흡증 등을 포함한다.
● 10대 이하 증가폭 커 “디지털 기기 영향”

눈에 띄는 건 아동·청소년 환자의 증가다. 지난해 10세 미만 환자는 3726명으로 4년 전보다 67.5%나 늘었다. 10대 환자(1만1633명)도 같은 기간 32.6% 늘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학업 부담과 ‘숏폼(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중독’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김지현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고자극 영상에 빠져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밤늦게 숙제하느라 수면 리듬이 깨진 아동·청소년이 늘고 있다”며 “어릴 때 발생한 수면장애는 우울증 위험을 높이고 성인기의 문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벽 배송과 24시간 운영 상점 등 밤낮이 바뀐 노동·소비 패턴도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일하는 야간근로자는 약 216만5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4.2%에 달했다.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새벽 배송과 24시간 플랫폼 노동 확대로 야간 및 교대 근무가 늘었다”며 “생체시계가 흔들리면 수면의 양과 질이 모두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수면장애는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신홍범 대한수면의학회 부회장은 “수면 부족은 우울·불안 증상을 악화시키고 치매와 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발병 가능성도 높인다”며 “검사와 치료 문턱을 낮추는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등 생활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종우 숨 수면클리닉 원장은 “스마트폰의 밝은 화면과 자극적인 콘텐츠가 뇌를 각성 상태로 붙잡아 둬 수면을 방해한다”며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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