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대학교 샌안토니오 건강과학센터(UT Health San Antonio) 연구진은 노인 2410명의 혈액 바이오마커를 분석한 해 수면 시간과 인산화 타우181(p-tau181)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p-tau181은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병리학적 특징인 타우 단백질이 변형된 형태로, 최근에는 혈액검사로도 측정할 수 있다.
연구 결과 하룻밤 수면 시간이 8시간 30분을 넘기면서부터 혈중 p-tau181 수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10시간을 넘어서면서 증가 폭이 더욱 가팔라졌다. 반면 p-tau181 수치가 가장 낮은 구간은 7~8시간 수면으로,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을 제시한 기존 연구들과도 대체로 일치했다.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버네사 영 박사는 “뇌 건강 측면에서는 잠을 많이 잔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며 “장시간 수면은 뇌 변화와 관련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신호 일 수 있다”고 말했다.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미국의 대표적인 장기 추적 연구인 프레이밍햄 심장연구(Framingham Heart Study) 참가자 2410명(평균 연령 70세, 여성 55.2%)을 대상으로 신경퇴행과 알츠하이머병 관련 혈액 바이오마커 4종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분석 결과 수면 시간이 8시간 30분 이상일 때부터 p-tau181 수치가 완만하게 높아지다 10시간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비선형 관계가 확인됐다. 비선형 관계란 수면 시간이 늘어날수록 위험이 일정하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구간부터 위험이 급격히 커지는 형태를 의미한다.이러한 결과는 연령, 성별, 수면무호흡증, 우울증, 신장 기능, APOE ε4 유전자형 등을 모두 고려한 뒤에도 유지됐다.연구진은 p-tau181 외에도 뇌세포 손상·신경퇴행과 관련된 다른 혈액 단백질 3종도 함께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 단백질은 신장 기능을 함께 고려하지 수면 시간과의 연관성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이런 단백질들이 혈액에서 충분히 제거되지 못해, 실제 뇌 상태와 관계없이 혈중 농도가 높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p-tau181만은 신장 기능을 보정한 뒤에도 장시간 수면과의 연관성이 그대로 유지됐다.
연구진은 장시간 수면과 p-tau181의 관계가 알츠하이머병 특유의 병리 과정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단면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영 박사는 “쉽게 말하면 매일 밤 9~10시간 이상 잠을 자는 일이 지속된다면, 수면의 질과 전반적인 뇌 건강에 대해 의사와 상담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시간 수면은 왜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신호일 수 있을까.
타우 단백질은 뇌 전체에 한꺼번에 축적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퍼지기 전에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뇌간의 작은 영역에 쌓이기 시작한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사람을 깨어 있게 유지하는 신경 회로에 이상이 생겨, 인지기능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수면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장시간 수면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아니라, 질병이 초기부터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설명은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자기보고식 수면시간과도 관련이 있다. 자기보고식 수면시간은 실제 잠든 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것이 아니라 침대에 머문 시간을 반영한다. 수면이 자주 끊기는 사람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침대에 더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하루 10시간 잤다고 보고한 사람이 실제로는 7시간을 푹 잔 사람보다 깊고 회복적인 수면은 더 적게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깊은 수면은 뇌가 노폐물 단백질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수면 시간이 길더라도 자주 깨는 수면 패턴이라면, 오히려 짧더라도 푹 잔 수면보다 뇌의 노폐물 제거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다만 이번 연구는 수면의 질은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기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역할을 하는지, 또는 두 요인이 함께 작용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평소보다 수면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졌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9~10시간 이상 자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단순히 ‘잠이 많아졌다’고 넘기지 말고 수면 장애 여부와 전반적인 뇌 건강에 대해 의사와 상당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02/alz.7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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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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