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선·제조 역량과 네덜란드의 센서·전투체계 기술이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날 겁니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하롤드 북홀트 네덜란드 국방부 국가군비국장(공군 중장·사진)은 한국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이같이 평가했다. 한국의 방위사업청장에 해당하는 북홀트 국장은 “한국의 강점은 첨단 기술과 확장 가능한 생산 능력을 신속하게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오늘날 안보 환경에서는 성능 있는 무기체계를 빠르고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경쟁우위”라고 말했다.
북홀트 국장 등 네덜란드 군 관계자들은 횡성전투 75주년을 맞아 방한했다. 횡성전투는 네덜란드군이 1951년 2월 한국군과 미군의 철수를 엄호하며 격전을 치른 전투다. 북홀트 국장 등은 이날 전쟁기념관 내 네덜란드 참전기념비를 찾아 6·25전쟁 참전용사의 넋을 기렸다. 네덜란드는 6·25전쟁 기간 5332명을 파병했다. 미국·영국·호주에 이어 네 번째로 빠르게 전투부대를 보낸 국가다.
75년 전 전장에서 맺어진 한·네덜란드 안보 인연이 첨단 방산과 해군 기술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북홀트 국장은 강조했다. 네덜란드가 주목하는 것은 한국의 하드웨어 제조와 생산 역량이다. 한국은 함정, 장갑차, 자주포, 미사일 등 완성 장비를 빠르게 생산하고 납기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반면 네덜란드는 대량생산형 방산국은 아니지만 센서, 레이더, 전투체계,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 등 고부가가치 기술에 강점이 있는 국가로 꼽힌다. 한국의 조선·제조 능력과 네덜란드의 첨단 시스템 기술이 해군 플랫폼 분야에서 상호보완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네덜란드 측 판단이다.
북홀트 국장은 “양국은 각 산업의 강점을 활용해 제3국 시장을 겨냥한 솔루션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협력 가능 분야로는 해군 체계와 센서, 레이더, 지휘통제체계, 사이버보안, 무인체계, 첨단 탄약 등이 거론된다. 북홀트 국장은 “해군 체계, 센서 및 레이더 기술, 지휘통제체계, 사이버보안, 무인체계, 첨단 탄약 분야 등에서 상당한 협력 가능성이 있다”며 “양국은 강력하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방산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도 한국 기업에는 기회 요인이다. 북홀트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탄약 생산, 방공·미사일 방어, 드론 및 대드론 체계, 전자전, 군수·물류 분야의 역량 강화 필요성을 부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산업 역량 확대를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대규모 생산 능력을 재건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조율,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기업이 단순 수출을 넘어 장기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럽 고객은 단순한 거래성 판매보다 장기적 파트너십을 더 중시한다”며 “현지 파트너십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NATO 및 유럽 표준과의 상호운용성 확보, 전 수명주기 지원 역량이 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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