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장관, 트럼프 얼굴 넣은 디자인 승인
반대한 조폐국장 경질…발행땐 첫 생존인물 지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화폐 제조를 담당하는 연방기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가 담긴 ‘250달러 지폐’를 디자인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폐가 실제로 발행된다면 미국 역사상 1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살아있는 인물이 화폐에 등장하는 사례가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전·현직 조폐국(BEP) 직원 4명의 증언과 내부 문건을 인용해 브랜든 비치 재무부 재무관과 마이크 브라운 선임고문 등 정무직 임명권자 2명이 지난해부터 조폐국 직원들에게 250달러권 시제품 제작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현행 미국 연방법은 오직 사망한 인물만 지폐에 도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같은 요구는 기관 내부에서 큰 우려를 낳았다.
WP에 따르면 비치 재무관은 지난 8월과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중앙에 배치되고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서명이 들어간 250달러 지폐 시안을 조폐국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 시안을 제작한 영국 화가 이언 알렉산더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성조기 색상과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로고를 추가하는 등 디자인 수정을 지시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생존 인물의 화폐 도안 사용은 1866년 조폐국 중견 관료가 자신의 얼굴을 5센트 지폐에 넣은 사건 이후 법으로 엄격히 금지됐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를 넣은 250달러 지폐 발행을 허용하는 법안이 의회에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패트리샤 솔리메네 당시 조폐국장은 비치와 브라운에게 “법적·절차적 걸림돌이 많으며, 고액권 신권 개발에는 통상 6~8년이 소요된다”며 불가 입장을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솔리메네 국장의 경고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솔리메네 국장은 지난 4월 27일 조폐국장직에서 갑작스럽게 경질됐다.
군 장성 출신이자 조폐국 최초의 여성 국장이었던 그는 동료들에게 보낸 이별 이메일에서 “이번 인사는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라며 “조직의 가치와 품격을 결코 희생하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후임 국장 대행으로는 압박을 주도했던 마이크 브라운이 임명됐다.
재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준비한 것일 뿐, 법안 통과 전에 인쇄를 요청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조폐국은 250달러 지폐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100달러 지폐는 현재 워싱턴 시설에서 인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지폐에 현직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가는 것 역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서명을 넣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의회 승인 없이 250달러라는 새로운 권종을 만들고 생존 인물의 초상화를 넣는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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