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사고파는 시대 오나?”...서울 '용적률거래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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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05 07:00 수정2025.03.05 07:00

“하늘도 사고파는 시대 오나?”...서울 ‘용적률거래제’ 추진

공항·문화재 주변에 집 지을때
고도제한 탓에 용적률 다 못써
뉴욕·도쿄 등선 다른 곳에 팔아
용적률 3000% 초고층 빌딩 탄생

서울, 하반기 강동구서 첫도입 계획
경복궁·김포공항 인근도 수혜 기대

미국 뉴욕 맨해튼처럼 다른 집의 용적률을 넘겨받아 더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용적이양제'(용적률거래제)가 올 하반기부터 서울에 적용될 전망이다. 풍납토성·경복궁 인근 등 문화재 보호구역 주변이나 김포공항 주변 땅처럼 고도 제한에 묶인 곳이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그동안 제대로 된 용적률을 인정받지 못했던 지역 주민의 재산권도 보호되는 셈이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용적이양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용적률, 땅처럼 사고팔아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의 비율을 뜻한다. 국토계획법상 용지에 정해진 용도에 따라 허용되는 용적률이 모두 다르다. 대지 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각 층 면적을 모두 합친 것)의 비율을 용적률이라 하는데, 국토계획법상 용지에 정해진 용도에 따라 허용되는 용적률이 다르다.

도시 지역의 경우 제2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250% 이하, 3종 일반주거지역은 300% 이하다. 용적률이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지역은 상업지역이다. 일반 상업지역은 1300% 이하, 중심상업지역은 1500% 이하로 정해져 있다.

최근 서울시는 ‘공간의 혁신, 도시의 진화: 서울형 용적이양제’ 콘퍼런스에서 서로 다른 지역의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서울형 용적이양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높이 규제로 주어진 용적률을 다 사용하지 못하는 구역이 인근 지역에 용적률을 사고팔도록 허용한 것이다.

서울시는 서로 다른 지역의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서울형 용적이양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전경. /한경DB

서울시는 서로 다른 지역의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서울형 용적이양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전경. /한경DB

예컨대 서울의 일반상업지역 상한 용적률은 1300%지만, 문화재 보존이나 고도 제한 등을 위해 용적률을 다 쓰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서울에서 규제로 인해 제한받는 연면적은 약 152만㎡에 달한다. 문화유산 주변 지역은 52만4000㎡이고 장애물 표면 제한구역(78만6000㎡)과 풍납토성 인근 지역(21만1000㎡)도 있다.

용적률을 사고팔더라도 건물을 법적상한용적률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상한 용적률은 기존 용적률과 추가 용적률(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을 합한 것이다. 구역별로 가격이나 부지 크기가 다른 만큼 실제 거래 단위는 용적률이 아니라 연면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거래 때는 감정평가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 굽은다리역세권 '첫 타자'

서울시는 상반기 조례 제정 등의 절차를 거쳐 하반기에 용적이양제 도입을 시행할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강동구 굽은다리역세권 활성화 사업에 실제 용적이양 과정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실행모델을 완성하게 된다. 풍납토성, 북촌, 경복궁 등 문화재 주변 지역이나 김포공항 인근이 양도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의 빌딩 사업장이 종로에서 용적률을 사들이는 원거리 거래는 당분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후 추진된다.

뉴욕 원 밴더빌트는 용적률을 넘겨받아 93층 규모(용적률 3000%) 초고층 빌딩으로 개발됐다. 원 밴더빌트 빌딩모습./한경DB

뉴욕 원 밴더빌트는 용적률을 넘겨받아 93층 규모(용적률 3000%) 초고층 빌딩으로 개발됐다. 원 밴더빌트 빌딩모습./한경DB

용적이양은 이미 해외에서는 정착된 제도다. 뉴욕 원 밴더빌트는 인근 그랜드센트럴 터미널·바워리세이빙 빌딩의 용적률을 넘겨받아 93층 규모(용적률 3000%) 초고층 빌딩으로 개발됐다. 도쿄 신마루노우치 빌딩(38층, 용적률 1760%)과 그랑 도쿄(43층, 1300%) 등 6개 빌딩도 문화재로 지정된 도쿄역의 용적률을 사들여 고층으로 올렸다.

정부도 결합건축제도 방안 마련

정부도 각종 규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용적률을 다른 지역이나 건물에 팔 수 있는 결합건축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결합건축 제도는 ‘용적률거래제(TDR)’의 초기 모델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올초부터 용적률 거래 활성화를 위한 결합건축 제도 적용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결합건축은 서로 떨어진 두 개 이상의 땅을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결합해 재건축하는 제도다. 문화재 발견 등으로 용적률 제한이 있다면 남은 용적률을 다른 지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결합건축 제도는 2016년부터 도입이 됐지만, 지금까지 사례가 없을 정도로 활성화가 안 돼 있다. 국토부는 결합건축 제도와 관련해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봐서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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