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 교육으로 누구나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될수록 교육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느린학습자(경계선지능인), 다문화 아동, 고령자, 장애인 등 기존 교육 체계가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 역시 넓어진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2024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취약계층(저소득층·장애인·농어민·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인 평균(100%) 대비 77.5%로 집계됐다. 이는 디지털 역량과 활용 부족이 사회적 격차를 키우는 현실을 보여준다.
스타트업 피플즈(PPLEZ)는 이 사각지대에 집중한다. 헌혈 공익 플랫폼 ‘피플(PPLE)헌혈’에서 출발해 AI 교육 기업으로 전환하며 기술이 사회적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김범준 피플즈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헌혈 플랫폼서 AI 교육 기업으로 사업 전환
피플즈는 교육 취약계층을 위한 AI 기반 디지털 교육 스타트업이다. 다문화 아동, 느린 학습자, 청소년, 중장년, 노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AI·SW(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에 주력한다.김범준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꿈꾼 것이 아니다. 피플즈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범준 대표는 피가 부족해 7세 어린이의 수술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연을 접하고 안타까웠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산업공학과 인공지능응용학과 전공을 살려 피플헌혈을 만들었다.피플헌혈은 2022년 본격적으로 헌혈자와 수혈자를 신속하게 연결하며 공공 헌혈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메웠다. 연간 1500여 명의 환자와 5000여 명의 헌혈자를 잇는 헌혈 커뮤니티로 자리잡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설립한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10개 혁신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범준 대표는 “피플헌혈을 운영하며 기술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중 한 기업 재단에서 피플즈의 기술력을 활용한 AI·SW 교육을 제안받았다. 그렇게 피플에듀(PeopleEDU)가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상에 따른 맞춤형 교육으로 긍정 효과 창출
피플즈는 2024년 서울 노원구에서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AI·SW 교육을 진행하며 피플에듀의 여정을 시작했다. 해당 교육은 15명으로 구성, 기본부터 활용까지 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다.피플에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좋았지만 한계도 존재했다. 스마트폰이 없거나 부모의 부재로 보호자 인증이 어려운 사례가 나왔다. 김범준 대표는 피플에듀만의 AI 교육 툴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드림 AI 스튜디오(Dream AI Studio)’를 개발, 피플에듀의 핵심 서비스로 선보이게 됐다.

드림 AI 스튜디오는 누구나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창작 플랫폼이다. 주요 기능은 AI 그림책 창작으로 AI 채팅을 통한 아이디어 발상부터 줄거리 생성과 장면별 삽화 제작까지 가능하다. 완성된 결과물은 그림책 형태로 제공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는 더 있었다. 일부 청소년이 교육을 따라오지 못했던 것. 교육 방법이나 내용을 바꿔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김범준 대표는 “교육을 따라오지 못한 청소년은 지능지수 71~84에 해당하는 느린학습자였다. 이들은 장애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일반 교육 과정을 따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때 ‘정말 필요한 곳에 교육이 닿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이후 피플즈는 LG와 신한라이프의 지원을 받아 드림 AI 스튜디오를 활용한 느린학습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해당 교육의 목표는 학생 스스로 학교 수행평가를 제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5개월 장기 교육 과정으로 진행한 결과 긍정적인 성과가 나왔다. 실제로 수행평가를 혼자 제출하지 못했던 한 학생이 드림 AI 스튜디오로 자신만의 그림책을 완성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이후 다양한 AI 도구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학교 수행평가를 스스로 제출하며 교육 목표 달성까지 이뤘다. 김범준 대표는 “AI가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학생 역시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어 더 의미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피플에듀의 긍정적인 효과를 느낀 김범준 대표는 취약계층 청소년과 느린학습자 이외에 아동, 중장년층, 고령층, 장애인 등으로 교육 대상을 확장했다. 이들에게 AI 기반으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며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모든 교육은 ‘누구나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누적 수강생은 4100여 명에 달한다.
김범준 대표는 “피플즈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자체 개발한 드림 AI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피플즈는 기술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난다. 우리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지를 빠르게 파악해서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릭터 일관성 문제···기술 개발 성공
이러한 피플즈의 성장 과정에는 어려움도 따랐다. 우선 드림 AI 스튜디오의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초기 최대 난관은 AI가 생성하는 캐릭터 외형이 장면마다 달라지는 것이었다. 김범준 대표는 “한 학생은 자신이 생성한 그림책의 주인공 캐릭터가 장면마다 인종이 바뀌자 울음을 터트렸다. 이를 계기로 캐릭터 일관성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피플즈는 캐릭터 일관성 유지 기술과 이미지 고속 생성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 드림 AI 스튜디오에 적용했다. 또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산학연 콜라보(Collabo) R&D 사업에도 선정됐다. 이는 산학연 간 협력R&D의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촉진 및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피플즈는 관련 원천기술을 2년간 집중 연구할 예정이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우수한 강사도 필요하다. 이에 김범준 대표는 전국적으로 교육 대상 맞춤 강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AI 디지털 및 관련 직무나 교육 전공자의 전문 강사 양성 프로그램 및 시스템을 구축, 현재 300여 명의 인력 풀을 운영하게 됐다. 이는 해당 직종 경력 단절 인력의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냈다.
이후 피플즈는 KT희망나눔재단, 삼성꿈장학재단, 브라이언임팩트재단 등 다수의 기업 및 기관과 협력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보건복지부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은 물론 대한민국인재상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특히 피플즈는 2025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의 딥테크 분야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됐다. 김범준 대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드림 AI 스튜디오의 기술 고도화와 교육 콘텐츠 확장을 위한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면서 “피플즈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가능성을 함께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지원을 발판으로 드림 AI 스튜디오의 기능을 한 단계 더 고도화하고, 다양한 교육 현장에 적용 가능한 콘텐츠 개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림책 이외에 영상·웹툰까지 기능 고도화 계획
일각에서는 생성형 AI가 오히려 창의성과 사고력을 저하시킨다는 우려를 한다. 이에 김범준 대표는 “교육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버튼 한 번으로 모든 게 만들어지는 것이 과연 교육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졌다”면서 “결론은 AI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상상력을 이끌어내고,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명확한 교육 철학을 제시했다.

드림 AI 스튜디오에도 김범준 대표의 교육 철학을 반영했다. AI가 질문을 하고, 학생이 답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설계한 것. 김범준 대표는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인 올바른 질문을 하는 능력을 기르고, 스스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피플에듀의 핵심 교육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피플즈는 드림 AI 스튜디오의 기능 고도화에 집중한다. AI 그림책 창작을 넘어 영상, 웹툰 등 다양한 창작물 제작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최근 피지컬 AI(Physical AI)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관련 교육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김범준 대표는 “피플즈의 궁극적 목표는 누구나 스스로 AI를 활용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정말 필요한 곳에 기술이 닿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청소년을 넘어 시니어, 장애인, 소상공인 등 다양한 대상에게 맞춤형 교육과 AI 도구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피플부터 피플에듀까지 ‘사람(People)’을 중심에 두고 기술의 외연을 넓혀온 피플즈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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