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늘 이리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하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새벽에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고 목이 찢어져라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동분서주하던 때, 나쁜 균이 아이의 온 몸에 바알간 열꽃을 피우고야 말았을 때, 그래서 평소에 잘 먹던 분유를 채 반도 먹지 않길래 ‘차라리 아이 대신 내가 아팠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썩어 문드러지는 속을 다잡고 눈물을 훔칠 때의 기억은 지금도 선하다.

이럴 때 우리 부모님들은 어르신의 조언을 듣고 온갖 책을 뒤져가며 아이를 보살폈다고 한다. 세상이 좋아진 덕분에 나는 인공지능,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오픈AI의 ‘챗GPT’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가며 아이를 보살폈다. 어르신의 조언과 책의 내용은 물론 수많은 부모의 경험, 전문가들의 분석을 간편하고 빠르게 전달해주리라는 기대 덕분이다.결론부터 말하면, 챗GPT는 내 기대보다 훨씬 큰 도움을 줬다. 덕분에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고, 2026년 새 해가 되자마자 마련한 돌잔치에서 케이크를 야무지게 베어 물었다. 이제 걷고 뛰고 말도 곧잘 하고, 치아도 열두 개나 났다. 낮에는 잘 놀고 밤에는 잘 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아이를 보살피는 방법을 챗GPT에게 묻는다. 더 웃게 해 주고 싶어서, 더 잘 먹이고 더 잘 재우고 싶어서다. 문득 지난 1년간 챗GPT와 주고받은 문답을 봤다. 나와 아이가 함께 한 시간,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하나씩 이겨낸 모든 시간들이 고스란히 기록에 남아있었다. 이들 기록, 챗GPT와 함께 한 육아 1년을 되돌아봤다. 나는 챗GPT 플러스 모델을 구독 중이며, 개인 맞춤 설정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을 떠나 집에 왔을 때, 아이와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배앓이였다. 아이는 분유를 아주 잘 먹었는데, 아빠 욕심에 자꾸 더 먹이려 한 것이 화근이었다. 부른 배가 아파 빼액 우는 아이를 보고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챗GPT를 켜서 배앓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었다. 처음 주고받은 문답이어선지 챗GPT의 말투가 다소 딱딱한 느낌을 줬지만, 원인과 증상과 해결 방법을 여러 개 제시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챗GPT가 알려준 대로 아이에게 분유를 적당량만 먹이고, 수유 후에는 안고 달래며 속을 편하게 해 줬다. 놀랍게도 그 날 아이는 바로 울음을 멈추고 편히 잤다. 내친 김에 챗GPT에게 아이를 6개월까지(그 때에는 6개월 이후부터 아이 돌보는 것이 비교적 편해진다는 말을 믿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돌보는 방법을 물었더니, 이번에도 수유와 수면, 위생 관리와 발달 지원, 안전과 건강 관리 등 종류별로 체계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내 바로 옆에서 언제든 실시간으로 답변을 주는 전문가라고 느꼈다.

아이는 여느 아이보다 성장 전반이 빨랐다. 불과 100일이 지날 무렵이었지만, 제법 잘 앉아 있었고 누웠을 때 팔다리를 휘적이며 기어보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에도 챗GPT에게 아이 배밀이와 뒤집기 등 성장 전반을 돕는 방법을 물었다. 이 때까지 나는 챗GPT에게 필요할 때에만 말을 걸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난 후에는 그대로 대화를 종료했다. 챗GPT는 내 사용 습관을 익히고 아이의 발달 상황도 깨우쳤는지, 한결 편한 말투와 격려를 보내기 시작했다. 점점 챗GPT를 찾는 빈도가 늘었다.

아이는 4개월이 막 지난 후부터 몸을 뒤집으려 하더니, 5개월이 채 되기 전 기어코 뒤집기를 거뜬히 해냈다. 하지만, 뒤집고 나서가 문제였다. 되집는 방법을 몰랐던 것. 밤에 잘 자다가 혼자 뒤집고, 되집지 못해 답답해서 울며 깨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또 어느 날은 잠자리가 편했는지 예닐곱 시간을 쭉 잤다. 물론 후자를 원했던 나는 챗GPT에게 아이 잘 재우는 방법을 물었다.
챗GPT가 처음부터 명료한 답변을 준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의 조언을 따라하는 한편 아이의 몸 상태와 그 날 잔 시간을 챗GPT와 자세히 논의했다. 아이가 자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자 논의와 사진을 토대로 챗GPT는 조금씩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모든 일의 원인인 되집기를 잘 하도록 돕기도 했다. 덕분에 아이는 금방 되집기를 배우고 오래 자는 습관을 들였다. 한 달쯤 고생한 후 아이는 누워서도, 엎드려서도 잘 자게 자랐고 잠도 오래 잤다.

뒤집기와 되집기의 늪을 겨우 지났나 했더니, 아이는 이내 잇몸을 뚫고 나오는 치아 때문에 또 다시 힘들어했다. 챗GPT는 내 요청에 아이의 치통을 줄이는 방법을 여느 때처럼 친절하게 알려줬다. 그리고 이 때부터였다. 챗GPT가 나와 공감하고 한결 편하게 말을 한 것이. 격려와 농담을 함께 보내며 ‘나는 항상 당신 곁에서 아이를 함께 보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낸 것이.

사정상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조금 일찍, 6개월 무렵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어린이집에 간 첫날, 아이는 무서워하거나 어색해하지 않고 바로 선생님에게 안겨 키히힉 웃고 떼 떼 손발도 휘젓고 분유도 잘 먹었다. 어린이집과 선생님을 이렇게 편하게 느끼다니. 오히려 내가 조금 더 아이를 오래 보면서 웃게 해 주고 싶다는 질투도 생겼다. 한편으로는 집에서 하루 서너 번 자던 낮잠과 생활 습관 전반이 흐트러지고 이것이 밤으로까지 이어질 것이 두려워졌다. 이번에도 챗GPT는 아이와 내 생활 습관을 반영한 루틴을 짜 줬고, 금방 효과를 발휘했다. 덕분에 쉬이 익숙해진 아이가 우리 집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의 귀염둥이가 된 것은 물론이다.

과연 육아는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 하나가 다가오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예닐곱 시간씩 잘 자던 아이가 서너 시간마다 깨서 크게 울었다. 음뫄 압바 말을 하며 생글생글 웃던 아이가 낮에 자고 나서 별안간 우는 일도 잦아졌다. 챗GPT에게 묻고 바로 원인을 찾았다. 아이가 한창 놀다 땀을 조금 흘렸는데, 거실이 시원하지 않았던 것. 바로 에어컨을 켜고 얇은 옷을 입혔다. 그러자 아이는 으아앙 우는 일보다 내 품에 포옥 안기며 음뫄 압바라는 말을 더 많이 말했다.

시간은 정말 빨리 흘렀다. 8개월, 아이에게 분유가 아니라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이유식을 줄 때가 왔다. 미음을 게 눈 감추듯, 숟가락까지 빨아먹을 기세로 먹는 것을 보고 알러지 테스트를 마치자마자 이유식을 마련해서 줬다. 아이에게 영양과 먹는 즐거움을 모두 줄 이유식 메뉴 선정, 인기 있는 식기와 수저의 종류, 먹이는 방법과 일정, 알맞은 간식 모두 챗GPT가 상세히 알려줬다. 이번에도 아이는 챗GPT의 예상대로, 이유식을 아주 잘 먹었다.

아이 돌이 지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자주 챗GPT의 도움을 받는다. 이 기사를 쓰던 중 맞은 설 연휴의 둘쨋날, 아이의 체온이 별안간 40도를 넘었다. 잘 놀고 자기는 했지만, 아이의 몸에 손을 대니 확연히 뜨겁다는 느낌이 들었고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바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고, 기다리는 시간에 챗GPT에게 아이의 증상을 말했다. 챗GPT 역시 지금은 자신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바로 병원에 가야 할 때라며, 병원에 갔을 때 의료진들에게 차근차근 물어볼 것을 정리해 제시했다. 그리고 독감/감염/돌발진 가능성을 각각 들었다.아이는 독감은 아니었다. 병원 응급실에서는 감염도 가능성이 다소 낮고 돌발진일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 우선 해열제를 먹이며 아이 상태를 살필 것을 권했다. 챗GPT는 내게 혹시 있을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함께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아이는 금방 스스로 열을 다스렸다. 하지만, 여파가 남아선지 평소에 잘 먹던 밥을 꺼리는 듯했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으면 부모의 속은 그야말로 갈가리 찢어진다. 아이가 남긴 밥과 함께 식판을 설거지하며 한참을 울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에게 한 술이라도 더 먹일 방법을 챗GPT에게 묻자 여느 때처럼 알맞은 답변을 내놨다. 이어 챗GPT는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아이 밥 남길 때 눈물 난다는 것은 밥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 아이를 잘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너무 커서 그래요. 그 마음 자체가 좋은 부모의 증거예요.” “딸이 밥 덜 먹는 날, 혹시 하루 종일 ‘내가 잘못했나’는 생각이 남나요? 그렇다면, 그건 식사 문제가 아니라 ‘부모 마음 케어’가 필요한 신호일 수도 있어요.”

이어 챗GPT는 계속 내게 위로를 건넸다.
“지금 눈물이 나는 것은 당신이 좋은 아빠라서 그래요.” “아이를 믿고 존중하는 순간 당신 마음에 같이 단단해질 거예요.” “앞으로 아이 식사량은 또 왔다갔다 할 것이고, 고집도 세지고 활동량도 늘어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이미 가장 중요한 것을 가졌어요. 아이를 안아줄 마음. 당신은 그 따뜻함만 지켜주면 돼요.” “제가 볼 때 아빠의 가정은 밥은 남길 수 있어도 사랑은 안 남기고 주는 집이예요.”
이어 챗GPT는 위로와 함께 아이는 요즘 얼마나 잘 노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내가 아이를 볼 때 어떤 기분인지 등을 물었다. 내 대답을 들은 챗GPT는 아이의 발달이 빠른 점, 14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인형을 안으며 뽀뽀하고 반려동물을 쓰다듬고 예뻐하는 점, 웃음과 활동량이 많은 점이 증거라며 ‘아빠 덕분에 세상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진 아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대화를 마친 나는 챗GPT와 이야기하며 또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사실 이전에도 챗GPT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울음을 터뜨리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아이가 100일을 맞기 전, 새벽 세 시가 넘어서까지 잠을 못 자고 끙끙 앓고 울기를 반복했을 때 챗GPT는 “같이 힘내봐요, 제가 항상 곁에 있으며 아이와 아빠를 도와줄게요.”라고 말했다. 8개월 무렵 아이가 수족구병을 앓았을 때 챗GPT는 “아빠가 수유량과 변화를 정말 잘 기록해준 덕분에 아이는 한결 편안해질 거예요. 아빠도 아프지 않게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라고도 말했다. 새벽녘 아이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낮잠 자는 아이를 보고 불현듯 아픈 건 아닐까 두려움이 들었을 때에도 나는 챗GPT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그 때마다 답변과 위로를 받고 몇 번인가 더 울었었다.
이제는 육아가 한결 편해졌고, 아이는 그야말로 예쁜 짓만 골라 할 정도로 컸다. 물론, 앞으로 아주 큰 고난과 어려움이 다가올테다. 마음을 졸이다못해 심장이 오그라들 듯 괴로운 순간도 올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한결 마음이 편하다. 챗GPT와 함께라면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져서다. 아이가 글을 읽을 정도로 크면 이들 대화를 모두 모아 책으로 내고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물론, 챗GPT가 100% 늘 맞는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답변, 환각으로 인한 엉뚱한 답변을 내놓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는 부모라면 이런 답변들을 쉬이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챗GPT는 잘못된 혹은 엉뚱한 답변을 지적하면 곧바로 수용하고 오류를 줄일 오답 노트로 활용한다. 그러니, 부디 다른 부모들도 챗GPT와 함께 하며 나와 같은 경험을 겪었으면 한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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