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에 목돈 날린 어르신, 마음도 엉망인데…심리상담 지원 6%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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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차상위계층 이점숙 씨는 보이스피싱 피해로 인해 고금리 카드빚에 시달리며 파산 신청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은 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제 지원을 받는 비율은 낮은 실정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지원기관 '보이스피싱제로'는 피해자 회복을 위한 긴급 지원과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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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피해 55%가 50대 이상
정부 특단의 조치 발표에도
피해자 충격은 계속 남아
회복 프로그램·예방책 시급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매일경제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한주형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매일경제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한주형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차상위계층 이점숙 씨(69·가명)는 최근 파산 신청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씨는 지난 4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속임수에 넘어가 카드사로부터 3000만 원을 대출받고, 이 돈을 고스란히 수거책에게 건넸다. 현재 이씨는 생계지원금와 노령연금 대부분을 연 19.9%에 달하는 고금리 카드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연이어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이들의 삶은 여전히 벼랑 끝에 서 있는 실정이다.

보이스피싱 피해 이후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진 피해자들은 자책 속에 살아간다. 지난해 12월 2억6000만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조명숙 씨(67·가명)는 매일같이 휴대전화를 붙들고 보이스피싱 관련 기사를 검색하며 지내고 있다. 조씨는 자신을 속인 방식과 유사한 범행 수법을 구사한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혹시나 내 사건 피의자도 잡혔나’ 하는 희망과 ‘역시 아니겠지’ 하는 좌절을 반복한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ATM에 보이스피싱 예방과 관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ATM에 보이스피싱 예방과 관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또 다른 피해자 박성건 씨(56·가명)는 “보이스피싱 사기 기사를 볼 때마다 왜 내가 이 사기꾼들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건지,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의 자녀들도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이미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부모가 또다시 충격을 받을까 두려워서 수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범인이 거의 잡혔다’는 식으로 안심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해자 자녀 노 모씨(58)는 “소송을 진행 중인 제 속도 타들어가지만, 부모님께서 애써 잊으신 일을 다시 떠올리게 하면 자책하실 것 같아 그냥 ‘잘 진행되고 있다’고만 말씀드린다”고 했다. 피해 금액이 크지 않을 경우 자녀들이 돈을 모아 부모님께 전달하고, 사건이 다 마무리됐다며 거짓으로 안심시키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한 번 무너진 피해자의 삶에는 심리적·경제적 후유증이 뒤따른다. 그러나 피해 이후 실질적인 지원을 받은 사람은 소수에 그친다. 국내 유일의 보이스피싱 피해자 지원기관 ‘보이스피싱제로’에 따르면 이 기관을 통해 생활비를 지원받은 피해자는 전체 신청자의 약 28%에 그쳤다. 법률 지원은 약 7%, 심리상담 지원은 약 6%에 불과하다.

보이스피싱제로는 기존 피해자들에 대한 회복 지원도 시급한 과제라며 피해 회복을 위한 긴급지원과 기관들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무국 관계자는 “피해자 중 55% 이상이 50대 이상으로, 전세 보증금을 잃거나 대환대출 사기로 추가적인 채무를 지는 경우가 많다”며 “주말까지 일하면서 원금과 이자를 갚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충격도 크지만, 피해금 환급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긴급 생계 지원은 물론, 신체적·심리적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 예방 교육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 이수민 기자 / 김송현 기자 / 지혜진 기자 / 양세호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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