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인데 아토피 치료가 안 된다고요?”
최근 피부과를 찾았다가 원하는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서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이 아니거나 피부질환 진료보다 미용시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피부과를 자주 이용한다는 권 모씨(29)는 “피부과에 자주 다니는 편인데도 어떤 병원이 피부질환을 진료하고 어떤 곳이 미용시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피부과 전문의와 일반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밟는 수련 과정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피부과 전문의는 의사 면허 취득 후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을 거쳐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지만, 일반의는 의사 면허 취득 후 별도의 추가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따라서 피부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경험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죠.
전문의가 아니라고 해서 피부 관련 진료나 미용시술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 면허가 있다면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표시하고 시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환자는 자신이 찾은 의료기관이 피부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인지, 일반의나 다른 과목 전문의가 피부과 진료를 병행하는 곳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 특히 피부미용과 관련해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면에는 경제적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의료수가란 병원이 진찰, 검사, 처치, 약제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받는 가격을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그중에서도 각각의 의료행위에 정해진 금액을 적용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찰이나 검사, 처치가 추가될 때마다 해당 행위의 수가를 더해 최종 진료비를 산정하는 방식이죠.
다만 모든 의료 서비스 가격이 같은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임의로 정할 수 없고, 정해진 수가 기준에 따라 비용을 받아요. 반면 보톡스, 필러, 레이저 등 미용·성형 목적의 의료 서비스는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입니다. 비급여 진료비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병원의 진료과목이나 위치, 수요 등에 따라 다르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수익 차이입니다. 아토피, 습진, 화상 치료와 같은 피부질환은 환자 개개인의 증상을 면밀히 살피고 치료를 진행하기에 진료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급여항목 특성상 지급받을 수 있는 의료수가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진료 시간이 길어지거나 의료진이 더 많은 노력을 들인다고 해서 병원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피부미용 시술은 대부분 비급여 항목이어서 의료기관이 가격을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도 의료기관의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1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진료과별로는 피부과가 131만3000명으로 전체 집계의 62.9%를 차지했고, 성형외과가 23만3000명으로 11.2%를 기록했습니다. 각각 전년 대비 86.2%, 성형외과는 64.3% 증가한 수치죠.
우리나라에서 1만5000곳에 달하는 피부를 진료하는 동네 병의원 중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은 약 1516곳에 불과하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질환을 치료하는 전문의’와 ‘미용만 하는 일반의’의 대립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다만 이러한 피부미용 쏠림 현상은 특정 의사 집단의 직업윤리 문제라기보다 의료시장의 경제적 구조 속에서 나타난 선택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를 개인의 잘잘못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문재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는 “똑같이 10시간을 일했는데 수익 격차가 크게 난다면 이러한 피부미용 쏠림 현상을 단순한 도덕성의 문제로만 보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의료시장의 경제적 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장과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의료기관이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만 몰릴 경우 환자가 제때 치료받기 어려워지는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사 개인을 향해 “돈만 좇는다”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공백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피부질환 진료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지속적인 관리의 가치를 수가가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죠. 질환 진료를 선택해도 의료기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보상 구조를 마련해야 의사와 병원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덕식 기자·박연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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