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와 걸어온 삶…시련이 예술적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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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와 걸어온 삶…시련이 예술적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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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팝아트 거장 짐 다인
삼청동 피비갤러리 개인전
회화·조각 등 신작 20여점
난독증 이겨내고 詩 드로잉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미국 팝아트 거장 짐 다인이 28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피노키오 조각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미국 팝아트 거장 짐 다인이 28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피노키오 조각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여섯 살 때 영화관에서 접한 피노키오 이야기는 공포스러운 것이었어요. 거짓말을 할 때 코가 자라는 것이 말이죠. 진짜 소년이 되기 위해 겪는 고통과 시련도 두렵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됐을 때 알았죠. 그것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라는 것을요."

세상에서 가장 많은 하트와 피노키오를 그린 작가로 유명한 팝아트 거장 짐 다인(91)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 'My words & Pinocchio' 전을 열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피노키오를 그린 신작과 조각, 시 드로잉 20여 점을 펼쳐 보인다.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피노키오는 발이 불에 탈 위기에 처하고, 귀가 당나귀처럼 변하는 등 온갖 시련을 겪는다"며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역경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일까. 그의 피노키오는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얼굴은 뭉개져 있고 눈은 생략되거나 표면은 거칠다. 작가는 "월트디즈니가 표현한 것처럼 피노키오를 그린다면 겉만 그리는 만화에 불과할 것"이라며 "저는 피노키오를 많은 것을 경험한 인물로 본다. 일종의 심오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노키오를 통해 삶과 예술, 더 나아가 종교에 대한 은유를 그린다는 얘기다.

그는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뭇조각을 소년으로 만든 것처럼, 제가 연필로 뭔가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무엇인가가 만들어진다"며 "인간에서 신이 된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1935년생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과 함께 행위 예술과 팝아트로 명성을 얻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내면의 세계에 천착한 '하트'를 그렸고 1990년대부터 '피노키오' 연작을 발표했다. 60여 년에 걸쳐 회화, 드로잉, 조각, 시, 사진, 퍼포먼스,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었다. 부산 센텀시티 동서대 캠퍼스 광장의 9.3m의 거대한 피노키오 조각상도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시 드로잉 신작 3점도 펼쳐 보인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시 드로잉의 연장선이다. 작가는 문장을 적고, 곧바로 지우고 덧쓰며, 종이를 찢어 붙이고 다시 배열한다. 지워진 흔적과 수정의 자국도 화면의 일부로 남는다. 일종의 '보이는 시'인 셈이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난독증을 앓았다"며 "지금까지 소설 한 권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그래서 시를 벽에 적곤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50여 년간 12권 이상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정기적으로 시 낭독회와 퍼포먼스를 통해 언어와 시각예술의 관계를 꾸준히 넓혀왔다. 작가는 "글과 이미지는 동일하다. 피노키오 그림도 일종의 시"라고 말했다.

전시장 벽에 큼지막한 글씨로 직접 쓴 시 '월 페인팅'도 눈길을 끈다. 피노키오에 대한 예찬론이 가득하다. 그는 "피노키오의 불에 탄 불쌍한 발, 그의 나쁜 판단력, 그의 허영, 큰 코, 당나귀 귀, 이 모든 것을 합친 것이 그(피노키오)"라며 "결국 나를 붙잡는 것은 그의 넓은 마음이다. 여섯 살 때부터 그를 등에 업고 다녔다"고 고백한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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