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대환(왼쪽부터), 김민재, 이유영, 주원, 유재명, 장영남, 곽경택 감독이 2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소방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지금 이 순간도 고군분투 중인 일상의 영웅들에게 바치는 숭고한 헌시. 각본부터 연출, 배우들의 열연까지 진정성을 갈아 넣어 완성한 실화 이상의 감동.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그린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이다.
25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소방관’의 기자간담회에는 곽경택 감독, 주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장영남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는 사건 당시 화재 건물의 붕괴로 6명의 순직 소방관을 낳은 비극적 사건이다. 당시 소방관들의 순직을 계기로 소방 구조대원 및 구급대원들이 처한 열악한 지원, 환경 등이 수면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에만 해도 소방관들은 장갑 하나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것은 물론, 국가공무원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해당 사건 이후 약 18년이 흐른 뒤 2019년이 되어서야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이 이뤄진 바 있다.
곽경택 감독은 영화의 연출 의도 및 계기를 묻자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기리는 이야기인 만큼 재주나 테크닉보다는 치열함과 진지한 모습을 생각하며 연출했다”며 “전작의 후반 작업을 하던 중 이 영화 시나리오를 만났다. 어떤 이들의 희생, 희생하신 소방관분들의 이야기를 감독으로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부채의식으로 이 영화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곽경택 감독. (사진=연합뉴스) |
배우 유재명이 2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소방관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시사회 관람 후 기자간담회를 참석한 배우들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구조대장 인기 역의 유재명은 “영화 보는 내내 등장인물들의 미소가 보기 좋았고, 특히 일상을 사는 소방관들의 모습도 많이 담으려 노력했다. 영화에 가슴 아픈 사건도 있고 큰 화재 사건을 다루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구조대원들이 함께 족구를 즐기는 장면들도 많이 생각이 나더라”고 영화를 접한 감상을 밝혔다.
주원은 ‘소방관’에서 서부소방서에 첫 발령받은 신입 소방관 철웅 역으로 뜨거운 활약을 펼쳤다. 주원이 연기한 철웅은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장비 하나도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신입 소방관에서 투철한 소명의식을 지닌 소방관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다. 철웅은 친형처럼 아끼던 선배 소방관 용태(김민재 분)를 화재로 잃고 깊은 죄책감에 빠지지만, 동료들의 도움과 응원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원은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에 대해 “촬영 전 기본 소방 교육 외에도, 마음가짐을 유지하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홍제동 참사 사건 관련 다큐와 뉴스를 보면서 마음으로 되뇌었던 기억이 많이 난다”며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불’에 맞서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두려웠다. 물론 연기가 많아서 앞이 안 보이는 상황도 실제로 있었는데 불이 실제로도 뜨겁고 앞에서 살아있는 큰 불들을 보며 더 두려움을 느꼈다. 거기에 따른 애로사항이 컸다”고 토로했다.
또 “실화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물론 촬영장에서 굉장히 행복하고 함께 즐겁게 촬영했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한편의 마음에는 무거운 마음을 갖고 연기했다. 그래서 소방관분들을 생각하며 항상 연기에 임했다”고도 강조했다.
주원. (사진=연합뉴스) |
이유영. (사진=연합뉴스) |
완성된 영화의 결과물을 향한 만족감도 표현했다. 주원은 “다른 영화적 기교보다 깔끔했고, 소방관들의 그때 그 당시의 열악한 환경과 노고 이런 것들을 일상을 깔끔하게 잘 표현해주신 거 같아서 잘 봤고 소방관들에 대한 존경심이 점점 더 커지는 거 같다”고 전했다.
이유영은 요구조자들의 현장 응급처치를 돕는 구급대원 서희 역을 맡아 투철한 열연을 펼쳤다. 이유영은 “영상 참고할 게 홍제동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 다큐를 얼마나 많이 되돌려 봤는지 모르겠다”며 “이 사건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생각했고 곽 감독님 작품이라 꼭 출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구조대원 용태 역을 맡은 김민재는 시사회 관람 후 유독 눈물을 많이 흘렸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눈물을 보인 김민재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이긴 했으나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잘 들여다보지 못했던 직업군에 있는 이야기다 보니까 참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잘 봤다는 표현을 감히 쓸 수 있을까. 영화관에서 내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로 그런 느낌은 처음 받았다. 영화관에서 꼭 내 가족이 다치고 내가 아픈 것처럼 그런 느낌이었다.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쩌면 사그라들고 있던 저의 깊지 못한 시선이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힘을 얻고 더 깊어지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반성도 하게 됐고 힘이 났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구조대원 효종 역을 맡은 오대환은 이 영화를 통해 소방관들을 향한 존경과 죄송함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오대환은 “왠지 모를 소방관님들에 대한 죄송함이 제일 컸다. 고마움, 감사함 이렇게 딱 느꼈다. 그래서 앞으로 소방관님들을 대할 때 우연히라도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저희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기억하겠습니다’ 같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고 감사함을 갖고 늘 소방관들을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구조대 반장 진섭(곽도원 분)의 처 역을 맡은 장영남 역시 “소방관 한 명 한 명 인물들을 지켜보며 가슴이 아파 많이 울었다. 소방관분들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김민재. (사진=연합뉴스) |
오대환. (사진=연합뉴스) |
순직한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퇴색되지 않게 영화를 구현하는 과정에서도 진정성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곽경택 감독은 “이 영화를 각색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순간까지 제게 가장 물음표는 ‘소방관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본인들의 이야기라 인정해주실까’다”라며 “저녁에 소방관 가족분들의 시사가 예정돼 있다. 기자간담회 이 자리만큼 그 자리에서 저에게 굉장히 두근거리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소방관분들께서 우리 이야기를 열심히 잘해줬구나, 실제 현장 들어갔을 때랑 비슷하다 말씀을 주신다면 제 소임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관객들, 보통 사람들 역시 이 영화를 계기로 현장의 위험에 처했을 때 좀 더 열심히 소방관들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런 상호 작용이 만난다면 꿈같이 행복한 결과가 될 것 같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장영남. (사진=연합뉴스) |
화재를 진압하는 장면들에선 실제 소방관들의 절박한 심정과 두려움을 담아 현장 연기에 임한 배우들의 처절한 고군분투 앙상블이 빛을 발한다. 뜨거운 불길이 바로 눈앞을 덮치는 듯 실감나고 급박한 장면 전개 역시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을 유발한다.
화재 신이 있을 때만큼은 현장도 초긴장의 연속이었다고. 곽경택 감독은 소방관들의 고군분투를 다루며 실제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없었는지 묻자 “저도 불이 나는 장면을 처음 다뤄보니까 특수효과팀과 테스트 촬영을 했다”며 “저희는 그냥 컨테이너 안에서 어떤 재질에 불이 붙었을 때 각자 어떤 방식으로 불이 나오는지 테스트하는 현장이었는데 갑자기 큰 바람이 한 번 확 부는 거다. 그 후 순식간에 컨테이너가 그야말로 화염에 싸여 저희가 소화기와 물을 가지고 불을 진압했던 섬뜩했던 기억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찍다가 어떤 사고가 나면 그건 내 잘못이란 생각 때문에 특수효과 팀하고 굉장히 의논을 많이 했다. 제 입장에선 스태프, 배우들이 다치지 않도록 그야말로 매번 화재 신을 찍을 때마다 초긴장 상태로 감독의자에 앉아있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소방관’은 오는 12월 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