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지고 K팝·K뷰티 뜨고…'유니콘 색깔'이 다양해졌다

3 days ago 9

‘K유니콘’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벤처시장엔 몸값이 1조원을 넘는 비상장 기업이 희귀했다. 하지만 최근엔 기업 가치가 10조원 이상인 데카콘기업을 노리는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에 힘입어 불어난 유동성이 대어급 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가 이스라엘을 ‘스타트업의 나라’로 만든 요즈마펀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지드래곤 춤 완벽 재현한 갤럭시코퍼레이션 로봇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진행된 조선미녀 팝업스토어

지드래곤 춤 완벽 재현한 갤럭시코퍼레이션 로봇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진행된 조선미녀 팝업스토어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유니콘기업은 3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27개이던 지난해보다 최소 3개 이상 늘어날 것이 유력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지난 4월 1800억원 규모 시리즈C 1차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5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아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연예기획사가 ‘문화 유니콘’으로 약진한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 관계사 더블랙레이블이 기업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12월 갤럭시코퍼레이션에 이어 두 번째로 등장한 K컬처 유니콘기업이다.

한국 대표 패션 플랫폼 무신사, 올해 2조원 안팎의 매출이 기대되는 K뷰티 기업 구다이글로벌 등은 데카콘급 예비 상장사로 통한다. 업계에서는 이 두 회사의 상장 이후 기업 가치를 10조원 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유니콘기업이 된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도 데카콘기업을 목표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최근 리벨리온에 2500억원, 퓨리오사AI에 8000억원을 직접투자 형태로 투입했다.

초기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유니콘기업을 넘어 데카콘기업까지 성장할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투자금이 소수 스타트업에 몰려 ‘몸값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책금융이 벤처캐피털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태회사 몸값 뛰어넘은 더블랙, 美 뷰티시장서 대박난 조선미녀
IP·브랜드 경쟁력이 핵심 키워드, "지속 성장하려면 '원히트' 넘어야"

국내 유니콘기업 생태계가 확 바뀌었다. 과거엔 쿠팡, 우아한형제들 같은 플랫폼 기업이 유니콘기업의 전형이었다. 최근엔 K팝과 K뷰티를 기반으로 한 ‘문화 유니콘’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식재산권(IP)과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1조원 이상 몸값을 인정받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국민성장펀드를 필두로 한 정책금융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문화 상품을 앞세우는 유니콘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연예기획사의 화려한 변신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이 된 더블랙레이블은 힙합 그룹 원타임 출신 음악 프로듀서인 박홍준(테디) 대표가 2016년 설립한 회사다. YG엔터테인먼트 산하 연예기획사로 출발했지만, 외부 투자 유치를 거듭하며 YG 지분율을 14.55%까지 낮췄다.

최근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게임업체 크래프톤과 중국 텐센트 산하 음악 콘텐츠 기업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TME) 등에서 1000억원 이상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기업 가치가 모태 회사인 YG엔터(시가총액 7800억원)를 뛰어넘었다.

현재 로제, 태양 등 글로벌 파급력을 갖춘 가수와 배우 박보검이 소속돼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음악 제작을 계기로 글로벌 인지도가 껑충 뛰었다.

지드래곤이 소속된 갤러시코퍼레이션도 주목할 만한 문화 유니콘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대만 반도체 기업 에이데이터(ADATA), 홍콩 상장사 스타플러스 레전드홀딩스, 한국투자증권, 신한벤처투자, 엔베스터 등으로부터 약 1000억원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유니콘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스스로를 ‘엔터테크 기업’으로 소개한다. 아티스트 IP 기반 콘텐츠와 커머스 사업 등으로 다른 연예기획사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사업도 벌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 로봇을 테마로 한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로봇이 K팝 군무를 추는 등의 볼거리를 내세우는 곳이다.

뷰티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공 신화가 쓰이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K뷰티 브랜드 ‘조선미녀’를 앞세워 유니콘기업으로 올라선 곳이다. 작년 하반기 IMM프라이빗에쿼티, IMM인베스트먼트, JKL,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8000억원을 투입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인스타그램 등 SNS 서비스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해외 고객을 사로잡았다. 오프라인 채널 중심인 기존 뷰티 기업과 대조적이다. 매출도 탄탄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1조47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2조원 선이다. 이 밖에 비나우, 엘앤피코스메틱 등이 ‘K뷰티 유니콘’으로 꼽힌다.

◇ 특정 아티스트·IP 의존도 낮춰야

최근 등장한 문화 유니콘은 선배 스타트업과 결이 다르다. 과거 유니콘기업 대다수는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게 우선이었다. 먼저 규모의 경제를 갖춘 뒤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게 플랫폼 스타트업의 공통된 전략이었다. 문화 유니콘은 뚜렷한 글로벌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고, 매출도 적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의 K뷰티 수출액은 114억달러(약 17조2000억원), 음악 방송 게임 등을 포함한 전체 K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49억달러(약 22조6000억원)에 달한다.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IP와 뷰티 비즈니스는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다. 유행이 달라지면 매출과 이익이 요동칠 수 있다. ‘히트 상품’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매출 비중이 큰 연예인이나 브랜드에 문제가 생기면 기업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문화 유니콘이 대세가 되려면 지속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지도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