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 '슈퍼리치' 과세 법안 부결…"투자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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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원이 초부유층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명 ‘부유세’ 법안을 부결시켰다. 좌파 연합이 요구한 부유세 도입 무산으로 진영 갈등이 격해지며 내년도 예산안 합의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하원 '슈퍼리치' 과세 법안 부결…"투자 위축 우려"

일간 르몽드는 프랑스 하원이 지난달 31일 좌파 진영이 제출한 부유세 법안을 심의해 찬성 172표, 반대 228표로 부결시켰다고 전했다. 법안은 1억유로(약 165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최소 2%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사회당 단독으로 발의한 절충안도 부결됐다. 사회당은 1000만유로 이상을 보유한 개인에게 최소 3%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그간 사회당과 녹색당 등으로 구성된 좌파 연합은 초부유층 재산에 대한 최저세율을 도입하자고 요구해왔다. 이 정책은 이를 제안한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쥐크만 교수의 이름을 따 ‘쥐크만세’로 불렸다. 쥐크만 교수는 초부유층에 과세하면 연간 150억~200억유로의 세수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와 우파 진영은 부유세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세금 부과로 인해 프랑스 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파 공화당의 로랑 보키에 원내대표는 “이 세금은 (통과됐다면) 우리나라 일자리와 경제 활동을 죽였을 것”이라며 “고용과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세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부유세 도입이 무산되며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두고 진영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사회당이 부유세 통과를 정부 예산안 수용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날 사회당 소속 한 의원은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에게 “당신의 완고함이 (프랑스를)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며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후 단 한 번의 타협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이미 사회당에 양보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초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주요 공약이던 연금 개혁을 2027년 차기 대선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의회는 예산안 심의를 두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앞서 프랑수아 바이루 전임 총리는 긴축 예산안을 추진하다가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났다. 지난 9월 새 정부 총리로 임명된 르코르뉘 총리는 전임 총리보다 규모가 줄어든 300억유로 규모의 증세 및 지출 삭감안을 제안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달에는 야권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총리직에 앉은 지 27일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의 재임명으로 총리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사회당 지지가 필수적이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현재 예산안이 유지된다면 사회당 측에서 반대표까지 나올 수 있어 예산안 통과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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