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32개 회원국중 가장먼저 ‘동참’
우크라戰 이후 안보 불안감 반영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의 방위비 지출’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가 가장 먼저 동참 의사를 밝혔다. 다른 나토 회원국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5% 요구를 지지한다”며 “그의 요구가 실현되기 위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의 위치를 고려하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 더 많은 장비와 투자가 필요하다”며 방위비 증액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의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나치 독일과 옛 소련의 분할 점령을 겪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미국의 안보 우산을 잃는다면 ‘언제든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크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 FT 등에 따르면 2014년 당시 GDP의 2.0%에도 못 미쳤던 폴란드의 방위비 지출 비중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4.2%, 올해는 4.7%로 예상된다. 이 수치를 조만간 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나토에 ‘GDP 대비 2%의 방위비 지출’을 요구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3.0~3.5%를 주장했고 이달 7일 5%를 거론했다. 하지만 현재 4%가 넘은 나라는 폴란드뿐이며 3%를 넘은 나라도 미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그리스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 주요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1%대에 불과하다.
폴란드와 달리 EU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5%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그는 9일 “현재 나토 방위비는 GDP의 2%”라며 5% 요구가 과하다는 뜻을 밝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5%는 너무 많다. 어느 나라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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