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달려간 삼성 사장단…"파업 끝나고 만나자" 선 그은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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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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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전례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불과 엿새 앞두고 반도체(DS) 사장단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직접 노조 측을 찾아갔지만, 노조는 파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내부의 노노(勞勞) 갈등, 주주들의 법적 대응 반발, 사내 여론 악화까지 겹치며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최대의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DS 사장단은 15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에 거듭 대화 재개를 요청했다. 사장단이 직접 노조 사무실을 찾은 것은 경영진이 정면돌파를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 18명은 노조 사무실 방문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장단은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거는 엄격하고 큰 기대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노조를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로 여기고 조건 없는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오후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노조 사무실을 전격 방문해 최 위원장과 면담했다.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한 긴급 중재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등 사장단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사무실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등 사장단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사무실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초기업노조

그러나 노조 측은 파업 강행 기조를 유지하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최 위원장은 전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며 성과급 투명화 및 상한 폐지 제도화 안건이 전제돼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에도 “교섭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 파업이 끝나는 6월 7일 이후에 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성과급 제도화 없이는 18일간의 총파업 철회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갈등의 골은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익명 소통방을 통해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회의 당시의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노조 측은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을 200조원 미만으로 언급한 점을 겨냥해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300조 원에 달하는데, 반도체를 전혀 모르는 인사가 실적 규모 자체를 거짓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초기업노조의 강경 투쟁 기조가 심화되자 노노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X 조합원들은 교섭권을 가진 DS 중심 최대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여기에 주주들의 압박까지 더해졌다. 소액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 그리고 전삼노 등 공동투쟁본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노조 요구에 대해 상법상 '자본충실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며 배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부의 분위기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블라인드 등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회사 분위기가 마치 망한 것 같다"는 글을 올리는 등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파업 기간 내 연차를 무더기로 사용하거나 사내 메신저 프로필에 '파업' 문구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청와대는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삼성전자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엄청나게 크다”며 “절대로 파업 같은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파업 강행 시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낼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어떤 결정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전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언급한 “파업 시 긴급조정권 발동 불가피” 발언과 관련해선 “사전에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발언이며, 산업장관으로서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동조합법 제76조에 근거한 긴급조정권은 발동시 즉시 쟁의행위를 30일간 금지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다.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과 2005년 항공사 파업 당시 발동된 바 있으나, 이후 21년간 사용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긴급조정권 발동 없이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 가해질 타격이 치명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 특성상 한 번 중단되면 재가동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제조 공정 전면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 직간접적으로 1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김채연/곽용희/강해령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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