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신부기념관 이세바 관장
“우리가 잃은 것들 돌아봤으면”
선종 15주기 다양한 추모행사
올해는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사랑과 헌신을 실천했던 이태석 요한 신부(1962∼2010)의 선종 15주기가 되는 해다. 이 신부의 삶을 기리고 재조명하는 작업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부산 서구 이태석신부기념관은 6월 한 달간 ‘선종 15주기 기념전―기적 miracle’과 영화 ‘이태석’ 상영회, 추모 미사, 토크쇼를 연다. ‘이태석 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이 신부가 친구와 지인에게 쓴 편지 71통을 담은 ‘이태석 신부 서간집’을, 인제대 의대 이태석연구회는 10명의 학자가 이 신부의 삶을 분석한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를 지난달 말 출간했다. 이 외에도 지난달부터 관련 심포지엄, 영성 강좌 및 미사 등이 열리고 있다.
12일 이태석신부기념관에서 만난 이세바 관장(신부)은 이태석 신부와 함께 생활했을 때의 일화를 전했다. 그는 이 신부와 같은 살레시오 수도회 출신이다.“태석이 형은 재주가 참 많았어요. 그래서 ‘왜 하느님이 형에게는 다 주고 나한테는 하나도 안 줬는지 불공평한 것 같다’고 푸념했지요. 그랬더니 ‘나는 빚쟁이야. 하느님께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아서 다 갚으려면 죽을 때까지 더 많은 일을 해야 해’라고 웃으며 말하더군요.”
이 신부가 사목했던 남수단 톤즈의 선교 시설은 지금도 세계 살레시오회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선교사는 현재는 없는 상태. 3명이 있었으나 질병과 현지 적응의 어려움 등으로 철수했다고 한다. 이 신부가 얼마나 가혹한 환경을 이겨내고 사목 활동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관장은 “지금의 교육, 의료 시설 등은 사실상 이태석 신부가 거의 다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내전 때문에 총을 들던 아이들이 이 신부가 학교를 세우면서 총 대신 연필을 잡았고, 그 씨앗이 지금은 남수단에서 꽃과 열매로 피어났다”고 말했다. 당시 제자 중 의사, 의대생이 된 사람만 50명이 넘고, 공무원 언론인 약사가 된 아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하다고 하기에 ‘형이 생각하는 행복은 뭐냐’고 물었더니, ‘뭔가를 가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가진 걸 그날그날 미루지 않고 나누다 보니 행복해졌다’고 하더군요.”이 관장은 “이태석 신부가 남긴 사랑과 헌신의 정신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며 “이 신부의 삶을 통해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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