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강서구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수백명의 젊은 직원들이 공장동 사이를 활보하고 있었다. 정주 여건이 열악해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변의 제조업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곳에는 50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38세에 불과하다.
부산사업장에 가동 중인 수백여 종의 MLCC 설비는 삼성전기 제조 지식의 집약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MLCC 업체 간 제조 노하우가 제품 기술력과 품질 등 차별화를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이다”라며 “삼성전기의 MLCC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은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 AI 시대 핵심 축, MLCC·FCBGA
삼성전기가 부산사업장을 AI(인공지능) 중심의 첨단 미래산업 ‘글로벌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로 전환했다. 국가첨단산업으로 지정된 MLCC의 독보적인 성장세가 밑바탕이 됐다. AI 서버와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하이엔드 MLCC와 패키지기판(FCBGA)이 이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실적으로도 증명된다. 삼성전기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20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806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40% 올랐다.
MLCC와 FCBGA는 AI 산업의 혈관과 신경계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MLCC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모든 전자제품에서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AI 기술의 확산과 전기차 보급, 자율주행 시스템의 진화로 MLCC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전기차 한 대에 약 2만~3만개의 MLCC가 투입된다. 최신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 대비 10배 이상의 MLCC가 탑재된다.
삼성전기는 고온·고압 등 극한 환경에서도 견디는 초고용량 MLCC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부산사업장은 MLCC에 대한 신기종 연구개발 및 원재료 생산 거점 기지다. 1988년부터 시작된 MLCC 사업이 2016년에는 산업·전장용 MLCC로 진화했다. 2018년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2020년부터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가동하는 등 부산사업장을 첨단 MLCC 특화 거점으로 만들어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인공위성 등 항공우주 분야에도 삼성전기의 MLCC가 쓰일 전망이다. 항공우주 관련 MLCC 시장은 지상 단말기용과 저궤도 위성용 등 두 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지상 단말기용에는 소형·고온·고용량 사양을 요구하는 AI 서버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당 10만개 이상의 MLCC를 사용하는 저궤도 위성용 제품 역시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와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고부가 제품인 FCBGA 역시 부산사업장의 핵심 경쟁력이다. 서버용 FCBGA는 기판 면적이 일반 제품보다 4배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인 고난도 제품이다. 삼성전기는 2022년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 성공 이후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부산사업장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에 대응하는 차세대 기판 개발·생산의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기존 고객군에 신규 거래까지 추가되면서 FCBGA 증설을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AI 데이터센터용 고부가가치 FCBGA 수요에 대응한 차세대 제품 공급을 위한 투자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지역 내 최대 고용 사업장으로 기술력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청년의 취업 경쟁력 향상과 국내 IT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삼성그룹의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SSAFY)는 부산에서 삼성전기가 맡아 운영 중이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내 위치한 ‘SSAFY 부·울·경 캠퍼스’는 지역 IT 인재 양성의 산실로 매년 200명의 지역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수료생 1만 명을 돌파했다. 취업률은 85%에 달한다.
고용뿐 아니다. 삼성전기는 상생 경영으로 지역 중소기업과 협력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와 소방·전기 안전 컨설팅 등 사내 전문가를 파견해 맞춤형 지원 활동을 펼친 공로로 ’안전보건 상생협력 우수기업‘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MLCC와 FCBGA 등 글로벌 AI 부품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지인 동시에 부산 지역 경제의 든든한 동반자로 지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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