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좌표 찍는 尹지지자들… 체포적부심 기각에 “잡히면 참수”

9 hours ago 4

체포영장 발부 판사 등 신상공개
“법치는 죽었다” 항의-반발 격화… 법원 앞 집회 2030 남성 다수 참가
경찰, 협박 글 작성자 추적 나서
전문가 “사적테러… 엄중 처벌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규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5.1.17/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규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5.1.17/뉴스1
“이순형 (판사) 빨갱이! 신한미 (판사) 빨갱이!”

17일 오후 5시 55분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인근에 모여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앞으로 뛰쳐나오며 판사들의 이름을 외쳤다. 윤 대통령 1, 2차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들의 이름이었다.

전날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소준섭 (판사) 출퇴근길에 잡히면 참수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체포적부심 청구를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이었다. 경찰은 작성자 추적에 나섰다.

● 특정 판사 규탄 조화·기자회견까지

윤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치소에 구금되면서 지지자들의 항의도 격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했거나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법원 앞에서 연일 집회를 벌이는가 하면, 일부 지지자들은 특정 판사 신상을 공개해 비방을 유도하는 이른바 ‘좌표 찍기’에 나섰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부지법 앞은 대통령 지지자들의 불법 집회로 몸살을 앓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법원 청사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집회를 열 수 없지만, 지지자들은 17일 영장 청구 직후 법원 정문으로 몰려와 “법도 안 지키는 판사 새X” “판사만 불법하냐. 우리도 불법할 수 있다”고 외쳤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 “판사나 잡아가. 법은 무너졌다”며 야유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체포적부심이 기각됐을 때도 법원 앞에서 불법 집회를 열고 “판사는 빨갱이” “법치는 죽었다”고 외쳤다.

특히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판사와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판사 이름을 적시해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 17일 오후 2시경부터 서부지법으로부터 150m가량 떨어진 서울 마포경찰서 앞 좌측 인도에서 부정선거부패방지대 등이 신고한 집회가 열렸는데, 집회 참가자들은 “이순형 (판사) 탄핵하라” “신한미 (판사) 탄핵”이라며 판사들의 실명을 외쳤다.

서부지법 앞에는 이 판사들을 조롱하는 근조 화환도 놓였다. 화환에는 “세계 유일 유희왕 판사 이순형 외 종북 판사 일동 삼가 서부지법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판사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까지 벌어졌다. 17일 오후 1시경 부정선거부패방지대 등은 서부지법 앞 우측 인도에서 ‘대통령 불법 영장 신한미 판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신 부장판사에 대해 “권력의 노리개가 된 좌파 판사”라고 주장했다. 100여 명은 법원 앞에서 밤새 연좌농성을 벌였다. 서부지법은 이날 청사 출입구를 폐쇄하고 보안을 강화했다.

● 판사 신상 공유… “사적 테러”

온라인에서는 판사들의 신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소 판사가 중국 법과 관련된 책을 썼다며 ‘판사가 중국인’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올라왔다. 정작 책의 저자는 동명이인으로 소 판사와 무관한 인물이다. 소 판사의 출신지를 공유하며 이를 문제 삼는 지역 혐오 발언도 잇따랐다.

판사들이 공격 대상이 된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지난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1심 판결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신진우 수원지법 부장판사의 사진과 신상을 공유하며 탄핵 서명에 나선 바 있다. 신자유연대는 2023년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강남역에 내걸기도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치국가가 금지하는 ‘사적 테러’”라며 “특히 살해 협박 글 등은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권력을 집행하는 이들을 위협하는 행위를 계속 좌시하면 국가 전체의 안전 수준이 낮아질 우려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 집회에서는 20, 30대 남성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패딩, 트레이닝 바지, 캡 모자 등 가벼운 차림을 하고 태극기와 함께 동참했다. 유튜브를 통해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는 윤 대통령 지지 단체 ‘신남성연대’ 역시 젊은 남성들로 이뤄진 단체다. 16일 오후 10시 50분경에는 한 20대 남성이 서부지법 직원의 출입문 개폐를 막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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