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함 첫 손에 꼽는 경영전략
파산 위기 처한 美 기업 살려내
유치원에 다니던 다섯 살의 제임스는 어느 날 친구의 아빠로부터 빨간색 장난감 헬리콥터를 선물받았다. 평소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친구와 자기 도시락을 나눠 먹었는데, 사실 그 친구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것은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자녀 넷을 혼자 책임져야 했던 친구 아빠가 간혹 점심을 챙겨 보내지 못했는데 그때마다 제임스 덕분에 끼니를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마움에 유치원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제임스의 부모님은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뻐했다. 제임스에게 그날의 기억은 모든 게 생생하게 남아, 훗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신간 ‘레드 헬리콥터’는 한국계 미국 기업가인 제임스 리가 미국의 망해가던 여성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애슐리스튜어트를 극적으로 성공시킨 비결을 담은 책이다. 하지만 성공 비결과 체크리스트를 나열한 자기계발서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책은 자서전이나 에세이에 더 가깝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자신의 인생 여정을 담담히 풀면서 무엇이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한 편의 연극처럼 펼쳐 보여 준다. 그의 부모님이 늘 강조했던 ‘(타인에 대한) 다정함’은 장차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미국 이민자 2세인 제임스 리는 미국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사모펀드 투자자로 활동하다 2013년 파산 위기에 직면한 애슐리스튜어트의 대표이사(CEO)가 됐다. 회사를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새로운 철학과 경영 방침을 만들었다. 그가 가장 첫째로 내세운 것은 고객에 대한 친절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비즈니스의 기본인 회계를 결합했다. 직원들의 친절과 공감은 회사가 다양성과 포용력을 갖추게 만들었고, 고객들의 호응으로 이어지면서 3년 만에 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그야말로 ‘V자’ 회복을 이룬 것이다.
실제로 책은 3부로 이뤄진 연극과 유사한 흐름으로 구성됐다. ‘1막: 삶’에서는 다양한 배우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개인이나 집단으로서 직면해온 문제들을 풀어놓는다. ‘2막: 돈’에서는 규모도 작고 자원도 부족한 출연진이 단합해서 거시적 삶을 떠받치는 시스템들을 파악하고, 파산법·회계·재무·운영을 통합한 기본 원칙들을 밑거름 삼아 놀라운 성과를 이루는 과정을 보여 준다. ‘3막: 기쁨’에서는 앞서 함께 배운 것을 이용해 개인과 조직, 나아가 사회의 성공을 측정하는 대안적 방법들을 탐구한다. 여기서도 그는 우정과 유대감의 가치를 강조한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극에 몰입하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