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된 후 서울 집합건물을 증여하는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매도하려는 이들은 줄어들면서 우려했던 '매물 잠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부활한 이후인 지난달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오피스텔) 증여를 신청한 내국인은 81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534명)과 비교하면, 이 기간 증여를 신청한 내국인이 51% 늘었습니다.
대부분의 증여 증가분은 서울에서 나왔습니다. 전국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기간 증여 신청인은 지난해 2172명에서 2548명으로 376명 늘었는데, 서울에서만 278명(73%)이 증가했습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서 가장 활발하게 증여가 이뤄졌습니다. 이 기간 강남구에서 집합건물을 증여한 내국인이 8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송파구(77명), 서초구(57명) 순이었습니다.
서울 집합건물 증여는 올 초부터 증가세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증여세 중과 유예 종료를 명확히 선언한 직후부터입니다. 이때부터 '매도 대신 증여'를 고민하던 이들이 실제로 증여를 실행하는 속도에 차이가 있다 보니, 꾸준한 증여 흐름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합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증여 흐름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로 증여 건수에 비해 증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많은데, 이는 증여를 실행하기까지 '취득세 중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 위원은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인 부모로부터 주택을 증여 취득하는 경우, 13.4%의 중과세율(전용면적 85㎡ 이하는 12.4%)이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정지역인 서울에서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페널티를 감수하고서라도 양도세 중과는 못 내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증여 신청이 늘어난 것과는 달리 서울 아파트 매물량은 감소하는 모습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6만1761건으로 지난달 9일(6만8495건) 대비 9.9% 줄었습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8579건 → 7159건)와 강동구(3928건 → 3278건)에서 매물이 16.6% 줄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이어 노원구(-13.7%), 중랑구(-11.9%), 강북구(-11.8%), 도봉구(-10.5%), 마포구(-10.1%) 등에서도 매물이 줄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매도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면서 시장이 다시 매도자 우위 흐름으로 돌아서고 있는 흐름이 읽힙니다. 중과된 양도세를 내느니 차라리 팔지 않고 버티거나 증여하겠다는 다주택자가 늘어난 영향입니다.
광진구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부활한 이후 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고, 집주인들이 서두를 게 없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매도 호가가 단기 고점인 지난 1~2월 수준으로 다시 회복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우려했던 '매물 잠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가 확고한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대거 증여나 장기 보유를 선택하고 있다"며 "매수세가 강하게 붙지 않더라도 공급되는 매물 자체가 줄어들면 가격이 하락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거래 절벽 속 호가만 높아지는 왜곡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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