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서 팀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선수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 2025시즌 LA다저스에는 타일러 글래스나우의 희생이 있다.
글래스나우는 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디비전시리즈 1차전 7회말 등판, 1 2/3이닝 던지며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 기록했다.
불펜 등판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통틀어 2018년 이후 처음이었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터. 그럼에도 그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이 시점에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상관없다는 마음가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힘주어 답했다. “정확한 표현이다. 팀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낯선 역할이 힘들지는 않았는지를 묻자 고개를 저었다.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선발 등판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즐겁게 던졌다. 멋졌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초반에는 너무 많을 하려고 해서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안정을 찾고 85% 정도의 힘으로 던지자 모든 것이 모양이 잡혀가면서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이날 등판을 돌아봤다.
벤치에서는 낯선 불펜 역할을 소화하는 그를 배려해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다. “6회말 수비가 시작할 때쯤 몸을 풀라는 연락이 왔다. 이후 두 번의 투수교체가 있어서 시간은 충분했다”며 여유 있게 등판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다저스는 그가 등판하기 직전인 7회초 공격에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스리런 홈런으로 역전했다. 이말은 즉 글래스나우는 팀이 지고 있을 때 몸을 풀기 시작해 이기고 있을 때 나왔다는 뜻이 된다. 그는 취재진이 이점을 지적하자 미소와 함께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글래스나우의 불펜 등판은 지난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준비됐다. 그는 “지난 시리즈부터 이미 불펜 투수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거의 매일 마운드 위에서 몇 개씩 던져보기도 하면서 불펜 투수처럼 행동했다”며 포스트시즌 기간 내내 새로운 역할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을 함께하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기에 그만큼 역할에 상관없이 팀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모습이다. 그는 “그저 기여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불펜을 해본 경험이 없지만, 팀은 나를 믿어줬고 중요한 순간에 던지게 할 기회를 줬다.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믿어준 팀에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동료들은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맥스 먼시는 “포스트시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경기 중간에 휴식일이 있기에 3~4차전 선발로 나서는 투수들이 앞에 불펜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오늘은 글래스나우가 그런 모습이었다. 이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가 쉽지 않은 일을 해냈음을 인정했다.
포수 윌 스미스는 “코치들은 그를 믿었고, 그는 내게 계속해서 ‘리드하면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그도 나를 믿는 모습이었고 나도 그를 믿었다”며 그와 호흡에 대해 말했다.
[필라델피아(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