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유근형]佛, 초유의 ‘에어컨 대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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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파리 특파원 세계적인 샴페인 산지인 프랑스 북동부 샹파뉴 지역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빠른 8월 20일경부터 포도 수확을 시작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일조량이 급증해 포도가 너무 빨리 익어버린 탓이다. 수확 시기를 당겼지만 품질을 보장하긴 쉽지 않다. 가뭄까지 겹치면서 포도알이 제대로 영글지 못했고, 당도만 지나치게 높아졌다. 궁여지책으로 과거 비축한 포도들과 섞는 ‘빈티지 블렌딩’으로 버텨보지만, 몇 해 더 폭염이 계속되면 한계에 다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엣샹동, 동페리뇽 등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유명 샴페인들이 고유의 맛을 잃을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 지역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클레망스 조노 씨는 “할아버지는 10월에 포도 수확을 시작했는데, 아버지 대에는 9월, 지금은 8월까지 앞당겨졌다.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에어컨 보급률 25% 파리 강타한 41도 폭염 유럽에서 기후위기는 교과서와 해외 토픽에나 등장하는 한가한 이슈가 아니다. 시민들의 일상에 실질적 타격을 입히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파리에서 30분만 차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면 누렇게 타버린 옥수수밭을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최대 50% 감소할 것이라는 프랑스 농업부의 전망이 나올 정도다. 올해 프랑스를 덮친 섭씨 41도에 이르는 살인 폭염은 도시 사람들의 일상도 위태롭게 했다. 친환경 정책 여파로 에어컨 보급률이 25%에 불과한 파리는 더위를 온몸으로 맞았다. 온열 질환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도 에어컨이 없어 회복되지 못하는 사례가 다반사였다. 폭염 관련 환자가 급증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장례식장과 화장터가 마비되기도 했다. 에어컨 품절대란 속 대형마트에선 냉방기기를 사려는 사람들 사이에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배급량이 부족해 물자 부족에 시달리던 옛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서나 볼 수 있던 촌극이 유럽 최대 도시 파리에서 펼쳐진 것이다. 올여름 유럽이 ‘기후 공황’을 겪고 있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이 같은 ‘기후 포비아’를 극우 정당이 파고들고 있다. 내년 프랑스 대선 관련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국민연합(RN)은 ‘대규모 에어컨 보급’ 공약을 내걸었다. 에어컨 설치를 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학교와 어린이집, 병원, 요양원 등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부터 에어컨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전통적인 친환경 기조와 각을 세우면서 당장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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