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책사이자 심복의 ‘분노 폭발’
“머스크 사악하고 나빠” 원색 비난
전문직 이민비자 문제로 이견 표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오랜 책사이자 심복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트럼프 2기 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 머스크를 백악관에서 쫓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배넌은 최근 한 이탈리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취임식 날까지 머스크를 쫓아낼 것이다. 그는 백악관 출입증이 없을 것이고, 백악관에 대한 접근 권한도 없을 것이며,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넌은 인터뷰에서 “나는 이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을 내 개인적인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에는 그가 기부금을 냈기 때문에 용인해왔지만,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넌은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내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측근으로 통했다. 그는 지난 2021년 1월 6일 의회 난동 사태로 진행된 의회 청문회의 출석·자료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아 유죄를 선고받고 4개월간 복역한 뒤 지난해 10월 출소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에 있어서는 대표적인 충성파이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 세력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내각 인선 과정에서 배넌은 머스크와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전문직 이민비자인 ‘H-1B’ 비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배넌은 “H-1B 이민비자 시스템은 기술 강대국들에 의해 조작되고 있고, 그들은 이를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76%가 미국인이 아니다.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이 같은 일자리를 갖거나 일자리에 접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피터 틸(벤처 캐피털리스트로 트럼프 후원자), 데이비드 색스(크립토·AI 차르 지명자), 머스크는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들”이라며 “그들은 남아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넌 이외에도 최근 머스크를 비판하는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미국 우파 진영의 분열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친트럼프이자 극우 인사인 로라 루머는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머스크의 측근인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 앤드리슨 호로비츠 전 총괄 파트너를 백악관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앉히자 “MAGA 의제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견해가 공유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머스크도 최근 로라를 비롯해 자신을 비판해온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의 엑스(X·구 트위터) 계정을 한때 정지시키며 논란을 키웠다.
WP는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 최승진 특파원, 서울 =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