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中 아이러니… ‘관세’ 때리면서도 가족 사업은 中과 연관

1 day ago 10

트럼프 일가의 ‘차이나 커넥션’
中기업-인사, 트럼프코인 대거 매입… 트럼프 세 아들 회사도 中과 밀착
동유럽 親中 세르비아서도 사업 시도… 러트닉, 中기업 지분 취임 후 매각
파텔은 中 강제노역 의혹 기업에 자문… 트럼프 1기 로스-바이든 아들도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와 행정부 주요 인사가 모두 ‘차이나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뒤 내내 중국에 관세 부과,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집권 1기 때보다 강도 높은 반(反)중국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본인과 가족,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중국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규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트럼프코인’이 中 로비 도구?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인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재집권을 사흘 앞둔 올 1월 17일 ‘트럼프코인($TRUMP)’을 출시했는데 이 코인이 중국계 인사의 로비 도구로 쓰인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국의 정보기술(IT)회사 ‘GD컬처그룹’은 지난달 13일 “트럼프코인을 약 3억 달러(약 4080억 원)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GD컬처의 시가총액이 2700만 달러인데 이보다 10배 많은 돈을 트럼프코인에 쓴 셈이다. 지난해에만 1400만 달러의 순손실을 입은 이 회사는 코인 매수 자금을 카리브해의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한 기업에 자사주를 팔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GD컬처의 주식을 조세피난처 기업이 대규모로 구입하려 한다는 것부터 의혹투성이다.

GD컬처는 자신들을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전자상거래를 벌이는 회사라고 소개한다. 미 의회는 지난해 4월 ‘틱톡 금지법’을 제정하고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틱톡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올해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금지법 시행을 두 차례나 유예했다. 일각에서는 틱톡 측이 GD컬처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親)틱톡 정책을 로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골프리조트에서 트럼프코인 상위 보유자 220명을 초청한 비공개 만찬도 개최했다. 초청자 중 2023년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한 중국계 쑨위천(孫宇晨·35)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쑨은 트럼프코인의 최대 보유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 2월 법원에 그에 관한 소송을 일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쑨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 즉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이 지난해 9월 설립한 가상화폐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에 7500만 달러(약 1020억 원)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돈을 받고 중국계 범죄 혐의자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거세다.● 트럼프 일가도 모두 中 커넥션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 장녀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도 중국과 직간접적 연관을 맺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중국 법인에 대한 지분 확보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낸스의 창립자는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趙長鵬·48). 미 법무부는 2023년 11월 자오를 자금 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자오는 미 당국에 43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의 벌금을 지급하되 향후 3년간 미국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전형량조정제도(plea bargain)를 맺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자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아 미국 내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월드리버티파이낸셜과 거래하려 한다고 WSJ 측은 분석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쿠슈너는 동유럽의 대표적 친중 국가인 세르비아와도 밀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옛 국방부 부지에 동유럽 최초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건립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올 3월 베오그라드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도 만났다.

부치치 대통령은 2017년 집권 후 내내 부패, 부정선거 의혹에 시달려 왔다. 그가 트럼프 일가에 국방부 부지의 재개발 사업권을 몰아주기 위해 각종 편의를 봐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치치 정권이 옛 국방부 청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세르비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요 협력국이다. 코로나19 시절에는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공급받았고 철도, 항만 등 주요 기간 시설에도 모두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투입됐다. 부치치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세르비아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을 공항까지 나가 영접했고 올해 5월에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회동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자본으로 저개발 국가의 도로 철도 항만 등 기간 시설을 건설한 후 중국이 해당 시설의 운영권을 독점하는 형식이다. “저개발국을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종속시킨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대일로를 강하게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중국계 해운기업이 운영권을 일부 소유한 파나마운하를 미국이 직접 경영하기 위해 파나마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압박에 못 이긴 파나마 또한 올 2월 “일대일로 탈퇴”를 선언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은 반일대일로 정책을 펴고 있는데 그 아들과 사위는 일대일로 협력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것 또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일가의 세르비아 사업이 세르비아 내 반미 정서를 고조시키고 중국의 영향력만 강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러트닉-파텔도 ‘중국 사업’ 논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도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러트닉 장관이 개인 최대 주주인 월가의 금융서비스업체 ‘BGC그룹’은 중국 국영 금융사인 ‘중국신용신탁’의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장관 취임 후에도 BGC 보유 지분 2억3400만 달러(약 3300억 원)을 팔지 않다가 논란이 고조되자 최근에야 매각했다.

파텔 국장은 취임 직전 지난해 중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의 모기업 엘리트디포를 자문했다. 당시 자문료로 500만 달러의 엘리트디포 주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디포는 또 다른 조세피난처 케이맨제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쉬인은 중국 당국이 강하게 탄압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의 강제노동을 통해 값싼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역대 모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을 비판해 온 상황에서 강제노동에 연관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한 인사가 FBI 국장직에 오른 것이 적절치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텔 국장은 엘리트디포에 자문을 제공하던 시절 쉬인의 경쟁업체 테무를 비판하는 글도 미 언론에 기고했다.

또한 쉬인은 미국에서만 최소 173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쉬인의 각종 미국 사업에 FBI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주식 보유가 부적절하다는 말이 인준 때부터 나왔지만 당시 그는 “엘리트디포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 또한 차이나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않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은 인준 당시 중국 해운회사 ‘다이아몬드.S 시핑’ 지분을 32%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에 직면했다. 야당 민주당이 그의 사퇴를 촉구한 후에야 로스 전 장관은 해당 지분을 전액 매각했다.

한편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일가 또한 중국 커넥션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들 헌터는 아버지가 부통령이던 2013년 중국 투자 전문 사포먼드 ‘BHR파트너스’를 설립해 중국으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400억 원)를 투자받았다. 또 BHR은 2016년 미국 광산업체 ‘프리포트맥모런’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소유한 코발트 광산을 중국 기업 ‘차이나 몰리브데넘’에 26억5000만 달러에 파는 것을 중개했다. 역대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독식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BHR이 중국의 희토류 자원 확보를 돕는 일을 했다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