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전역에서 연방 공무원 감축, 이민자 추방, 의료 예산 삭감, 글로벌 관세 부과 등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고, 이런 정책을 중단하라는 의미에서 “손을 떼라”는 구호를 집중적으로 외쳤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50개 주에서 150개 이상의 단체가 최소 1300건의 시위를 열었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들은 주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노조 등이었다. 이들은 전국에서 60만 명가량이 시위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뒤 가장 큰 규모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4일 “지난 두 달간 우리는 미국 정부가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노골적으로 파괴하려는 움직임을 보아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우리나라에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며 “‘이건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대선 직전이었던 지난해 10월 같은 여론조사에서 반대 응답은 40%였다.
● 美 전역서 60만 명 모여 “트럼프 손 떼라” 시위5일 미 전역의 주 의사당, 연방 정부 건물, 시청 앞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추진하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연방정부 축소와 110억 달러 규모의 의료 예산 삭감 같은 이른바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특히 크게 터져나왔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와 머스크를 막아라” “트럼프는 손을 떼라” “저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그들은 우리의 의료, 데이터, 일자리, 공공서비스 등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뭐든 다 가져가고 있다”며 “이건 위기이고 행동해야 할 때다”고 밝혔다. 다만, 시위는 폭력 사태 없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국적인 시위에 백악관은 사회보장 정책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항상 적합한 수혜자를 위해 사회보장 서비스를 보호할 것이다”고 밝혔다.하지만 WSJ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서도 머스크가 추진 중인 정부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머스크를 잘 관리하라”며 각 부처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현재 머스크는 와일스 비서실장과 매주 두 차례 장시간의 회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 설문조사 “美 54% 트럼프 관세 정책 반대”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부과 조치를 중심으로한 경제정책에 대한 반감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WSJ가 지난달 27일~이달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0%였다. 특히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4%가 반대했다. WSJ는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계획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고 그를 선택했지만 최근 추진한 대규모 관세 정책은 이러한 신뢰를 회의감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5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유럽 곳곳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hands off’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에서의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를 발표한 후에 벌어졌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세상은 당신의 헛소리에 지쳤다”, “도널드, 이제 떠나라” “폭군에 저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