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푸틴도…日 총리보다 아베 여사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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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작년 12월 이시바 시게루 총리보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취임 전 만난 데 이어 이번엔 푸틴 대통령을 이시바 총리보다 먼저 만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본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양국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아베 여사가 일본과 러시아의 대화에 일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2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있는 아베 여사를 크렘린궁에서 접견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아베 여사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며 환영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베 여사에게 “아베 전 총리가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치켜세웠다. 아베 전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현 방문을 회상하며 “그와 그의 활동, 업무에 대한 기억은 러시아에서 소중히 간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총격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재임 중 푸틴 대통령과 27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의 말을 듣는 동안 아베 여사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아베 여사는 이번 만남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일·러 관계 구축을 위해 아베 전 총리와 대화한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아베 전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희망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적인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며 “러시아는 중요한 이웃이며, 문화적 교류를 계속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현재 (일본과 러시아의) 상황은 달라졌다”고 했다. 일본의 대러 제재 합류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아베 여사에 대해선 “러시아에서 항상 환영받는 손님”이라고 했다. 아베 여사에게 볼쇼이극장 발레 공연 관람을 권하며 전용 리무진 ‘아우르스’까지 제공했다. 일본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아베 여사와의 접촉은 없었다”고 밝혔다.

아베 여사는 지난해 12월에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러라고로 날아가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만찬을 했다. 이시바 총리가 취임 전 트럼프에게 회동을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직후였다. 이시바 총리와의 취임 전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여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시바 총리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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