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시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센다이에 위치한 도호쿠대는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0억 엔(약 2820억 원)을 들여 세계 톱레벨의 연구자 약 5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은 이번 채용에 있어 보수 상한선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런 파격 투자가 가능한 건 이 대학이 지난해 일본 정부로부터 ‘국제 탁월 연구대’로 지정돼 올해만 154억 엔(약 1447억 원)의 재정 지원을 받게 됐기 때문. 도호쿠대는 이미 미국에서 5차례 채용 설명회를 열어 미국인 16명을 포함해 외국 국적의 연구자 36명의 채용을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4일 ‘종합 과학기술·이노베이션 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연구 활동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우수한 외국 연구자 초빙 등을 강화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일본이 이렇게 연구자 유치 총력전에 나선 것은 여러 분야에서 연구 실적이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논문의 피인용 수가 상위 10%에 들어가는 ‘톱 10% 논문’의 수를 집계한 결과 일본은 지난해 사상 최저인 13위로 떨어진 상태”라면서 “미국 과학기술계가 처한 지금의 위기를 일본은 연구력을 높일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은 미국 대학의 인건비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선 첨단기술 분야의 경우 우수 연구력을 갖춘 신임 교수 연봉이 3000만 엔(약 2억8200만 원)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대학에서 신임 교수 3명을 채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 채용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는 도쿄대의 한 간부는 “유명 교수 초빙에는 그만큼 고액이 필요하다. 쉽게 꺼낼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아사히에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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