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하루 만에 4500조 증발
3일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4.84% 급락한 5,396.52에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98% 떨어진 40,545.9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97% 급락한 16,550.61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S&P500과 다우존스는 2020년 6월, 나스닥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보였다. 이날 증시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3조1000억 달러(약 4502조 원) 수준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일본 닛케이225 지수(―2.77%), 유럽 스톡스600지수(―2.57%) 하락폭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날린 관세 폭격이 유독 미국 기업 주가에 직격탄이 된 셈이다.이는 미국 정보기술(IT) 및 의류 기업들이 효율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아시아 전역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온 탓이다. 애플의 경우 미국 본사에서 아이폰을 설계하지만 한국 대만 등에서 부품을 가져와 90% 이상을 중국에서 조립한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편관세 20%에 상호관세 34%를 맞아 총 54% 관세가 추가됐고, 애플이 생산기지를 이동하기 시작한 인도도 27%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로젠블랫 증권은 현재 1599달러(232만 원)인 ‘아이폰 16프로 맥스 1테라바이트(TB)’의 판매가가 2300달러(334만 원)로 약 43%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 주가가 이날 9.25% 하락한 이유다.
갭(―20.29%), 언더아머(―18.79%), 나이키(―14.44%) 등 미국을 대표하는 의류 기업들의 주가 하락 폭도 컸다. 글로벌 의류 기업은 주로 캄보디아(관세율 49%), 베트남(46%) 등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 확율 60%”…韓도 0% 대 성장 우려미국의 관세 부과는 실물경제에도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일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는 캐나다, 멕시코 완성차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약 900명의 근로자를 임시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관세에 따른 비용상승과 수요감소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가 관세 폭탄으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올해 미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0.1%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고, JP모건은 미국이 휘청이며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세계 주요 경제대국 중국도 국가 부채와 관세 폭탄 압박에 경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중국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며 국가 신용등급을 18년 만에 기존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에서 수출에 의존해 온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내려가고 있다. 상호관세 발표 직후 씨티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8%로 0.2%포인트 낮췄다. 최근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와 JP모건이 0.9%로 조정한 데 이어 세 번째 0%대 성장률 전망이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커진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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