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첫 관세 협상에서 ‘대일 무역수지 적자 제로(0)’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발간한 ‘무역장벽 보고서’를 제시하며 일본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자동차 안전검사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20일 일본 주요 언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만나 “대일 무역적자가 크다. 제로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해 약 685억달러였으며 국가별로는 일곱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일본을 지키는데 일본은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는다”며 안보 관련 불만도 제기했다.
이어진 장관급 회담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을 압박했다. 쌀 등 농산물과 자동차 비관세장벽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USTR의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 담긴 내용대로다. 이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쌀을 가장 먼저 지적하며 “규제가 엄격하고 불투명해 미국 수출업체의 소비자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는 안전기준을 문제 삼았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모든 비관세장벽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미국에 우선순위 제시를 요구했다. 일본에선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방안이 부상했다. 작년부터 일본산 쌀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 수입 쌀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배경이다. 일본은 매년 약 77만t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는데, 미국산이 45%로 가장 많다.
미국산 자동차 안전검사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일본과 미국의 다른 안전기준 중 충돌사고 대책 성능시험을 완화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