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는 전쟁 멈추라는 푸치니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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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는 전쟁 멈추라는 푸치니의 외침"

'투란도트' 초연 100주년 맞아
예술의전당서 22~26일 공연
왕자와 공주의 사랑을 넘어
전쟁 속 평화 향한 갈망 담아

성악가 서선영(왼쪽)과 김영우가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악가 서선영(왼쪽)과 김영우가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얼음처럼 굳은 공주의 마음을 두드리는 왕자의 노래가 한 세기를 건너 다시 울려퍼진다. 푸치니 최후의 걸작 '투란도트'가 초연 100주년을 맞아 사랑의 전설을 넘어 전쟁과 폭력의 시대에 '공존과 평화'를 묻는 무대로 돌아온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오페라극장에서 기획 오페라 '투란도트'를 공연한다.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투란도트'는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가 구혼자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고, 답을 맞히지 못하면 처형하는 이야기다. 칼라프 왕자는 목숨을 건 도전 끝에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내고 굳게 닫힌 공주의 마음을 두드린다.

예매 시작 3주 만에 전 회차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로베르토 아바도가 지휘를 맡고, 연출과 무대 디자인은 정선영 연출가가 담당한다. 투란도트 역에는 에바 프원카와 서선영, 칼라프 역에는 백석종과 김영우가 각각 더블캐스팅됐다.

이번 프로덕션은 왕자와 공주의 화려한 사랑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전쟁과 폭력, 복수의 악순환을 끊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다. 정선영 연출가는 "이번 '투란도트'는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푸치니의 전쟁 종식 프로젝트에 가깝다"며 "작품 속에서 전쟁의 비탄과 평화를 갈망하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석은 마지막 장면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존 연출에서 칼라프는 투란도트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대신 투란도트의 선택에 맡긴다. 정 연출가는 "모두가 이기려 하면 전쟁은 계속되지만, 모두가 먼저 져주기 시작하면 그곳에서 평화가 출발한다"며 "예술가로서 '제발 전쟁을 멈추자'고 외치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투란도트'의 음악이 지닌 현대성도 이번 공연의 중요한 축이다. 아바도는 "투란도트의 극적 구조는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고, 음악 역시 당시 유럽 여러 나라의 음악 언어를 흡수해 오늘날에도 세련되게 들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실제 중국 선율을 사용해 그곳의 분위기까지 음악 속에 담아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푸치니가 세상을 떠난 뒤 제자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한 해피엔딩 판본을 사용한다. 투란도트가 칼라프의 진실한 사랑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이 사랑과 환희를 나누는 가운데 막을 내리는 버전이다.

아바도는 "푸치니가 살아 있었다면 조금 더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남아 있는 판본 가운데서는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 연출가 역시 "음악은 전통을 따르되 푸치니가 그리고자 했던 정서를 무대 연출로 보완해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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