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헌트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 2년 만에 관객들에게 (그리고 최근 내한 행사를 통해 한국으로) 귀환했다. 아마도 이제는 진정 마지막 미션으로. 6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톰 크루즈를 생각하면 마지막이라는 것도 그리 놀랍지 않은 소식이긴 하다. 그럼에도 산업적인 관점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30여년 동안 꾸준히 관객을 만나 온 대형 프랜차이즈이다. 동시에 시리즈는 파라마운트 픽쳐스의 가장 큰 프로젝트이자, 캐시 카우이기도 하다. 장르적으로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함께 스파이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과연 이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영화의 마케팅처럼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것인가.
영화는 전편의 이야기에 이어 이단 헌트와 그의 팀이 전 인류와 국가 안보를 통제하려는 악성 프로그램, ‘엔티티’를 파괴하는 과정을 그린다. 구체적으로 그의 이번 미션은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파드코바(podkova), 즉 프로그램의 오리지널 소스 코드가 담긴 장치를 찾기 위해, 폭파돼 해저 어딘가에 잠겨 있는 러시아 잠수함에 침투해야 하는 여정이 중추를 이룬다. 그는 해저의 수압과 산소 부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따져봐도 1%도 되지 않은 생존율을 극복하고 결국 미국 잠수함에서 러시아 잠수함으로 잠입에 성공한다. 가까스로 파드코바를 손에 넣은 이후에도 헌트는 엔티티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가브리엘’(전편에도 등장하는 이사이 모랄레스)로부터 본체를 없앨 수 있는 ‘포이즌필’을 구해와야 한다.
늘 그렇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정체성, 혹은 정체성의 가치는 시리즈의 제목 그대로 헌트가 맡은 일이 얼마나 불가능한 임무인가에 놓인다. 그러한 전제에 있어 영화는 한 번도 임무의 ‘불가능성’에 대해서 실망시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창작자들 입장에서) 영화의 난제라면 이 불가능한 임무(동시에 헌트가 궁극적으로는 성공할 것을 관객들이 예측하는 상황에서)를 가까스로 수행하는 과정을 얼마나 고되고, 그럼에도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예컨대 스파이 장르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007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의도된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단 헌트의 목숨 건 스턴트이다. 제임스 본드와 이단 헌트 모두 세계를 구해야 하는 임무를 지게 된 뛰어난 요원들이지만 본드는 지력과 에이전시가 지령에 맞게 지원해주는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헌트의 경우 타고난 체력과 대담함을 전면에 걸고 임무에 뛰어드는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첫 편부터 이 점을 프랜차이즈의 전제로 내걸었다. 시리즈를 현재까지 존속하게 한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1편, 동시에 첫 편의 가장 상징적인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헌트의 와이어 스턴트 씬(천장에서 잠입하는; 이번 영화에서도 중요한 플래쉬 백으로 등장한다)과 고속 기차 위에서의 대결 시퀀스는 어떤 방식으로 헌트가 앞으로 펼쳐질 각양각색의 ‘불가능한 임무’를 처리해 나갈 것인지 선제적으로 보여주고 암시하는 지점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시리즈의 여덟 번째 이자 (발표된 바에 따르면) 마지막 편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이제까지의 불가능한 임무들의 합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헌트와 그의 팀, 그리고 톰 크루즈와 프로젝트의 구성원이 혼신을 바친 것을 명백히 한다. 그는 이제껏 여덟 편에 걸쳐 등장했던 무수한 공중전과 지상전에 더해 이번 영화에서는 해저에서까지, 그것도 (어떠한 난관으로 인해) 잠수복을 벗어 던진 맨몸으로 잠수함 바깥에서 해류를 통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가히 기적에 가까운 스턴트를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이단 헌트와 그의 팀 멤버들은 ‘엔티티’를 파괴하고 각자의 삶을 향해 돌아선다. ‘돌아간다’라는 표현이 아닌 돌아선다’라고 쓴 이유는 그들이 마치 언제든 우리에게 돌아올 것 같기 때문이다. 마치 <인디애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가 15년 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노인이 되어 돌아온 존스 박사를 우리 모두가 환영했던 것처럼 헌트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 모두 이단 헌트도, 톰 크루즈도 보내 줄 준비가 안 된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영원히.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1차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