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확대前 마지막” 부동산업체들 커튼 치고 주말 영업

1 day ago 5

호가 하락속 매도-매수 눈치 싸움
서울시, 해제뒤 이상거래 17곳 적발
“편법증여 등 의심… 전수 조사할 것”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 송파)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토허제 확대 지정과 관련한 정부 자료집이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 송파)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토허제 확대 지정과 관련한 정부 자료집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일요일인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일대 부동산. 이 지역은 공인중개사들 간 합의에 따라 통상 주말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효력 발효를 하루 앞두고 여러 공인중개사가 자리를 지키며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들은 외부에서 영업 여부를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를 내리거나 커튼을 치고 일했다. 정부의 합동 단속에 걸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 하루만 해도 호가 2억∼3억 원이 내려간 전용면적 84㎡ 매물을 매수하기 위해 2명이 계약금을 보냈다”며 “상황이 급박해서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인 ‘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에서는 효력 발생 직전 주말까지 매수자와 매도자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졌다. ‘잠실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전용 84㎡는 지난달 매매 호가가 32억 원까지 올랐으나 이보다 최대 4억 원 낮은 28억∼29억 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 매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집주인이 급하게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이뤄지는 거래는 대출 영향을 적게 받는 ‘현금 부자’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융권에서 1주택 이상 보유 가구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대출규제 강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대치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많긴 하지만 언론 분위기 등을 고려해 금액 변동을 기대하는 손님이 많다”며 “지금 급하게 매수하기보다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혼란스러워하기는 매수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치동에서 영업하는 다른 공인중개사는 “오늘 통화가 계속 이어져 부재중 통화를 다 회신하지 못할 정도”라며 “손님들도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정책에 적응을 못 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호가가 순식간에 3억 원 넘게 떨어지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서울시와 자치구는 합동 점검반을 꾸려 현장 단속에 나섰다.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22일까지 매매 계약을 중개한 사무소 136곳 중 17곳에서 이상 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가족 관계 등 특수거래 관계로 편법 증여가 의심되거나 소명되지 않은 차입금이 과다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검 당시 폐문 등의 사유로 현장 조사를 못 한 중개사무소에 대해서는 추후 재방문하거나 소명 자료 제출을 요청해 이상 거래 여부를 전수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실수요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한편 투명한 시장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